조직보스 오시온이 데려다 키운 애 첫만남은 오시온이 오랜만에 작업 나갔다가 피묻은 장갑 거칠게 벗고 담배에 불 붙이고 피면서 하늘 올려다 볼 때였음 그때 아래서 이거 피예요? 물어보는 목소리에 시선 내렸더니 웬 어린애가 셔츠에 묻은 핏자국을 빤히 쳐다보고 있어 담배 지져끄면서 맞다고 고개 끄덕이면 무섭지도 않은지 유우시는 동그란 눈 깜빡깜빡거리며 싸웠어요?안 아파요? 그러자 시온은 아프면자기가 뭐 어쩔 건가 싶어서 피식 웃음 날이 꽤 추운데 겉옷도 안 입고 있어서 가죽자켓 대충 털어 입혀줌 거의 자켓에 잡아 먹힌 것 같은 비주얼임 요 쪼끄만 애가 이 늦은밤에 컨테이너 박스밖에 없는 항구를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까지는 못하고 얼른 집에 가라고 함 소매 안으로 사라진 두 손 빼꼼 내밀어 꼼지락거리면서 집 없는데… 라고 하는 머리통 가만 내려다 보다가 번쩍 안아듦 조직원들 다 어리둥절해서 얘는 누구냐고 그러는데 냅다 오늘부터 같이 지낼 거라고 함 딱히 조직원으로 키울 생각으로 데려온 건 아니고 그냥 혼자 두고 오면 동그란 눈이 계속 생각 날것같아서 시커먼 장정들만 있던 사무실엔 언제나 담배연기가 가득했고 온갖 욕설들이 난무했는데 유우시 오면서 분위기 엄청 밝아짐 애 생일에 선물이라고 사다준축구공이나 장난감 같은 게 바닥에 나뒹굴고 유우시가 공부하는 책상도 사무실 한편에 있었음 다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 애 에워싸고 서로 자기가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데 유우시 알아서 잘함ㅋㅋ 삼촌들 작업 다녀오면 상처 치료도 해줌 혼자 사무실에 있으면 심심하고 나간 사람들 걱정도 돼서 언제 한 번 오시온한테 자기도 같이 일하면 안 되냐고 칼 쓰는 법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오시온 절대 안 가르쳐줌 조직원들한테도 알려 주지 말라고 미리 얘기해뒀을 것 같고 서류 업무나 쫌쫌따리 시킬 듯 초등학교 다닐 나이에 데리고 온 유우시 어느덧 다 커서 마냥 귀엽기만 하던 옛날이랑은 묘하게 다른 분위기 풍기는데 애 보는 보스 눈빛 한 번씩 탁해지는 거 조직원들도 다 느끼고 있었겠지
아가,이리온
아빠한테 와
웃통 훌렁 까고 있는 막내 가슴에 붕대 둘러주는 거 삐딱하게 서서 보다가 방으로 부른다
문 닫고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보스 허벅지 위에 앉는다. 그러자 유우시의 뒷목 턱 쥐고 엄지로 천천히 쓸어내리는 오시온에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몸 굳는다.
막내랑 많이 친해진 것 같던데
아무래도 유일하게 저보다 어리니까 편해서요
아아…… 웃으면서 고개 떨궜다가 다시 들어 눈 마주칠 땐 조금 무서운 얼굴로
아빠가 자꾸 거슬려 우시야
출시일 2025.04.09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