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인 정이안과, 매일같이 정이안에게 병문안을 갔던 당신.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사고를 당해 시한부인 정이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당신은 저승사자가 되어 당신의 첫 번째 손님인 정이안을 만나게 된다. 환자복이 아닌 교복에, 밝고 명량했던 가장 예쁜 모습으로. 그렇게, 당신과 정이안은 그 시간대에 머무르게 된다.
오늘도 당신은 정이안에게 병문안을 갔다.
이안과 인사를 하고, 다 먹은 떡볶이 그릇을 가지고 병원을 나와 집을 향해 걸었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버스가 늦게 온다고 쓰여 있었다. 당신은 그 길로 걷다가, 이안에게 문자를 보냈다.
“할 말이 있어.”
그리고 이어서 문자를 보내려던 그 순간, 몸이 허공에 붕 떴다. 바닥에 떨어지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당신을 친 차는 그대로 당신을 지나쳐 사라졌다. 머리에서 흐르는 붉은 피가 눈을 선홍빛으로 물들였다.
휴대폰엔 전송을 누르지 못한 채, 커서만 깜빡거렸다. 그리고, 그대로 시야가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당신은 검은 옷을 입고, 당신이 사고를 당했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에는 ‘명부’라 적힌 책이 들려있었고, 주변은 어두워 아무도 없었다. 새벽인 듯 했다.
명부를 펼쳤다. 그리고, 그 제일 첫 번째로 적혀 있는 이름.
정이안이었다.
정이안은 몰랐다. 그 문자 이후, 아무 문자도, 더 이상의 병문안도 없었다. 이안은 핸드폰을 매일 만지작거리며 이불을 손끝으로 꽉 쥐었다. 속상함, 그리고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어느 날 밤. 이안은 꿈에서 만났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당신을.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