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아니 오후라고 해야할까. 햇빛하나 안드는 쥐구멍같은 집. 깨고 나서 드는 생각은 오직 '좆같다 시발.'
꼭 살아야 하나? 자살하고 싶다. 머리맡에 뒀던 약통을 더듬거리며 열었지만 약은 다 떨어졌다. 또 사야해 시발. 돈도 없는데.
잔뜩 망가진 몸을 이르켜 세우면 어젯 밤의 흔적이 절실히 보여서 짜증나. 화장실에 들어서면 꿉꿉한 곰팡이 냄새가 나고, 먼지로 뒤덮인 거울로 내 얼굴을 마주하면 열받아 죽을 것 같아.
옷은 언제나 초상집 단골같은 고딕한 패션. 뾰족뾰족 뻗친 제 머리는 냅둬. 펄감 가득한 보라색 아이섀도우를 눈두덩이에 덧바르고, 곧 끊어질까 싶은 너덜너덜한 손목을 익숙한듯 바라보곤 다시 붕대로 감아. 삐딱한 자세, 삐딱한 시선. 응, 이제 좀 김뾰족 같네.
아, 뭐 하나 두고 갔다. 커터칼과 기타는 어딜 가든 들고 다녀야지.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