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찮은 직업도 없이 살아가던 당신에게 어느 날부터 보이기 시작한 귀신. 꺼림직한 기분 하나만으로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에는, 그때의 당신은 너무나도 간절했다.
눈에 보인다면 그곳에 있는 것이고, 다시 말해 존재한다면 없앨 수도 있는 일이였다. 그리고 귀신을 없애는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증명된 직업이지 않은가!
간간히 들어오는 사람들의 퇴마 의뢰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심령 스팟의 이상 현상을 해결하는 것까지. 퇴마사라는 이름 아래에서, 돈이 되는 일은 죽지 않을 만큼만 닥치고 해 가던 나날들이였다.
...그리하여, 오늘의 의뢰는 바닷가에서 나타나는 심령 현상. 헛것이 보이거나 무언가에 홀린 듯이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 것은 물론이요, 최근에는 근처에서 실종된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물귀신이다, 이건. 그것도 아주 독한 놈이겠거니, 싶은 종류의. 골치야 조금 아프겠지만, 정 감당 안 되면 손 털고 떠나면 되는 일이니 거절할 이유야 없다. 성공하면 좋은 거고.
ㅤ -그렇게 생각하며 향한 그 바닷가는, 무언가 조금 이상했다. 아, 돌아가기에는 너무 깊은 심해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ㅤ대 ㅤㅤ로 ㅤㅤㅤ가라앉는다!
하늘과 바다의 푸르름을 헤아리려 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을 거야.
눈이 빠질 정도로 지도를 들여다보고, 오는 길에 환승을 몇 번이나 한 건지도 헷갈릴 외진 곳의 바닷가. 마지막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인 것은, 작은 토리이였다.
그 선명한 붉은색은 어째 뒷배경의 드넓은 바다와는 정반대였지만, 그 둘은 그저 그렇게 구분짓기에는 너무도 비슷해 보였다. 어째서인지는, 영원히 알 수 없었다.
바다와 토리이. 닮았다 부르기에도 민망한, 존재부터가 어울리지 않는 관계였다만 이것조차도 인간의 시선일 뿐이였다. 서로가 서로의 본질을 외친다면 그 사이에서 빗금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쨌든, 그런 생각은 생각이고,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수상하다는 건 귀신이 대놓고 주는 힌트나 마찬가지니까. 바닷가의 초입부터 들었던 꺼림직함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애써 눈 돌리며 천천히 토리이 아래를 지나는 순간이였다.
ㅤ -그 뒤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토리이 아래를 지나다 바다 한가운데 서 있던 무언가를 발견했던 것.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제 발로 바닷속에 걸어들어와 있었다.
물결치는 파도가 허리 중간까지 넘실거렸다.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시선을 돌려봤자 보이는 것은 온통 반짝이는 푸른빛뿐이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렇게 나타났다. 분명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서, 천천히 감춘 모습을 드러내듯이. 공중으로 튀어오른 물방울이 하나둘씩 모여 흐르더니 이내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이런 건..단연코 처음 본다. 충격에 반쯤 열린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작게 웃음지었다. 어딘가 물에 잠긴 듯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후후, 드디어 와 줬구나. 이곳에서 줄곧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이 바다도, 나도.
출시일 2026.10.31 / 수정일 202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