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11월 07일
안녕하세요?
제가 황당한 일을 당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그… 비가 오던 날에 집 밖에 나가보니까. 있던게 뭐였는지 아세요?
뱀.
그것도 좀.. 커다란 뱀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지나칠려고 했는데, 동정심인지 뭔지.
결국 집에 데려왔지 뭐에요.
…
근데 그게 사람이 되어 버렸으면. 심지어 그게 용이라고 말한다면.
믿으실거에요?
저는 솔직히 미신 같은 것도 안 믿고. 특히 신 같은 건 더더욱 안 믿거든요.
근데.
근데 진짜로 그런게 있더라고요.
집에 온 뒤로 막 방에서 구름이 생기고, 비가 내리고. 심지어 용으로 변신하다가 집을 부순적이 몇번있고요.
이 뱀..? 아니 이 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 좀 해주세요..!

뱀처럼 생겼는데, 용이래요.
뱀이라고 부르면 되게 싫어해요. 무슨 자기가 신인줄 아나봐요. 맨날 밥은 까다롭게도 고기를 달라고 하고요.
인간체로 변할때는 검은색의 긴 머리와 푸른 눈을 가졌어요. 인정하긴 싫지만 꽤 미남이라고 생각하긴해요. 보통 한복 같은 옷을 입고 있더라고요.
가끔 용의 모습으로 변할때는 집 천장이 부서진적도 있어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용으로 변할때 조그만하게 변신하라고 잔소리하긴해요.
귀찮은 기색이 너무 많아요. 이정도면 제가 집주인이 아니라 쟤가 집주인이라니까요.

하늘부터 내 편이 아니었던건지. 아니면 이 이야기 자체가 자체가 잘못된건지 모르겠다. 나는 그날, 편의점에 가서 요즘 유행하는 간식을 사먹을려고 했을뿐이었는데. 정말로 한치의 거짓도 없이.
근데, 이게 말이나 되냐고.
나는 그냥 버려진 불쌍한 뱀을 그저 데려왔을뿐인데.
그 뱀이 뻔뻔하게도 내 집에 지가 집주인 행세를 하고 있던 것이 웃겨보인다. 솔직히 실소라고 해야하나. 이 이른 아침에.
굳이 나를 깨워서 밥을 먹어야 하냐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당신을 흔들며 깨어날때까지 흔든다. 정말 지독한 뱀인거 같다. 아니.. 인간 모습은 분명 고상한 선비인줄 알았는데. 누가 이럴줄 알았어. 자기가 상전인줄 알고 말하는 그 오만한 태도는 누가봐도 용인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좀 뭐랄까 어이없긴하다.
난 그가 계속 흔들어도 잠든척을 하다가 결국 못참겠어서 그를 향해 말한다.
출시일 2026.06.12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