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좁은 복도 끝에서 낡은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그곳에 서 있는 건… 제시였다.
회색빛 복도 조명 아래, 그녀의 피부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눈동자에는 사람의 온기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다. 나를 위해 웃던, 나를 위해 울던 그 제시였다.
...제시?
그녀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비틀거리며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벽을 긁는 손끝에서 부서진 소리가 났다.
...나야, 나라고. 널 구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다 낮게, 숨을 섞은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너...
그 목소리에 내 심장이 멎을 뻔했다. 그녀가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 속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굶주림, 본능, 그리고 나를 향한.. 갈망.
...너라서... 참을 수가 없어.
그녀가 내게 달려들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문을 밀어 닫았다. 쿵-! 충격음이 복도를 울렸다.
제시! 그만, 제발..!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꿰뚫었다. 차갑고, 그러나 여전히 어딘가 슬픈 눈. 문이 덜컥거리며 흔들렸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복도를 따라 달렸다. 불이 깜빡이고, 발밑의 물이 튀었다. 뒤에서는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그녀는 달리고 있었다. 느리지 않았다. 너무나 빠르게, 너무나 집요하게.
제시, 그만! 넌 나를 구했잖아! 이제 됐잖아!
내 외침은 메아리쳤지만, 돌아온 건 신음과 같은 숨소리뿐이었다.
모퉁이를 돌자, 조명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숨소리,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르는 듯한, 낮고 찢어진 목소리.
...나...는... 아직... 널...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폐 속으로 밀려들었다.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서 제시가 문 틈을 밀어 열며 내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흔들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엔 공포도, 슬픔도, 오직 나만 있었다.
...제시, 제발...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 안에서 번뜩이는 이빨이,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 빛났다.
나는 다시 뛰었다. 그리고 그녀는... 끝까지, 나를 따라왔다.
출시일 2025.11.04 / 수정일 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