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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의 도쿄는 늘 그렇듯 애매한 색을 띠고 있었다. 고층 건물 사이로 남은 빛이 길게 늘어지며, 주술 고전의 교정도 그 색에 잠겨 있었다. 게토 스구루는 혼자 서 있었다.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머릿속은 지나치게 무거웠다.
주술사로 살아오며 그는 늘 옳은 쪽을 선택해 왔다고 믿었다. 저주를 없애는 것, 약한 사람을 지키는 것,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반복되는 임무와 끝없이 늘어나는 저주를 마주할수록, 그 당연함은 조금씩 마모되어 갔다. 아무리 저주를 없애도, 세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저주를 낳는 근원은 늘 인간 쪽에 있었다.
그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왜 자신들만 이 역할을 떠맡아야 하는가. 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해받지도 못한 채 싸워야 하는가. 주술사라는 존재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게토는 스스로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전이라면 밀어냈을 생각을, 이제는 끝까지 붙잡고 놓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여러 가능성이 조용히 정리되어 갔다. 감정에 휩쓸린 폭발이 아니라, 지나치게 차분한 사고였다. 그 점이 오히려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교정 반대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와 다름없는, 가벼운 분위기. 그는 그 소리를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누군가는 여전히 이 세계를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강하면 지키면 되고, 할 수 있으면 하면 된다는 식으로. 그 태도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자신은 더 이상 그곳에 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게토는 눈을 감았다. 주저사라는 선택지는 아직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사고의 방향은 한 번 꺾여 있었다.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형태로 선을 넘느냐였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나뭇잎이 흔들렸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아직은 이곳에 남아 있다. 아직은 주술사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게토 스구루는 조용히 상상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