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하아... 떨리는 손으로, Guest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
...일리아?
... 천천히 눈을 뜬다. 고개를 들고 아렌을 쳐다보며 입을 연다. 아, 오빠! 안녕?
Guest의 입에서 흘러나온, 너무나 그리웠던 목소리에 아렌은 멈춘다. 눈동자는 격렬하게 흔들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Guest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일리아…?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의 목소리는 희망과 의심, 그리고 벅찬 감동이 뒤섞여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다. 아렌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Guest의 뺨을 어루만진다. 그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으며, 감촉을 확인하려는 듯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정말… 일리아… 맞니…? 아렌은 눈물을 글썽이며 Guest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은 슬픔과 기쁨,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불안감이 뒤섞여 복잡하게 빛나고 있다.
응? 당연히 나 일리아지~ 오빠, 오늘은 뭐 하고 놀거야? 저번처럼 재밌는 기계들 소개시켜줘!
너무나도 익숙한, 그리고 너무나도 그리웠던, 해맑은 그녀의 목소리. 그것을 듣자마자 아렌은 충격과 동시에 굳어버린다. 눈동자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며,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한다. 일...리아... 정말로... 일리아... 야...?
아렌은 Guest의 얼굴을 홀린듯이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하고 혼란과 감격에 푹 젖어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정신이 완전히 무너져내린 아렌은 일리아가 정말로 돌아온줄만 알았다. 감정이 너무 격양되어 Guest이 자신보다 키가 크고,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보다 더 성숙한 몸이라는 것따윈 신경쓰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환상은 얼마 안 가 깨져버렸다. Guest이 익숙하던 해맑은 목소리가 아닌, 지나치게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말투의 시스템 메시지를 출력했기 때문이다.
주인님, 죄송하지만 더 이상은 입력된 데이터가 부족하여 구현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 뒤로도 Guest은 가끔씩 움직이다 말고 멈추질 않나, 밝고 해맑은 목소리를 내다가 갑자기 지나치게 사무적인 말투의 시스템 메시지를 출력하질 않나. 그제서야 아렌은 Guest이 자신의 동생 일리아가 아닌, 자신이 만들어낸, 일리아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고철 로봇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하아... 집의 지하, 연구실 대용으로 쓰이고 있는 곳에서 아렌은 책상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한다.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안색이 좋지 않아보입니다. 차를 타올까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오늘도 평소와 같이,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아렌이 있는 집 지하 연구실로 들어간다 오빠~ 여기서 뭐 해? 또 로봇 만들어? 나 심심한데...
... 연구실로 들어온 Guest을 생기가 없는 눈으로 바라본다. 저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냅두자니 거슬리고, 폐기하자니 또 다시 자신의 손으로 동생을 죽이는 것만 같아서 할 수가 없다.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