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2살, 그녀는 9살이었다. 태어나서 첫 입맞춤이었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고작 입술끼리 한 거 얼마나 간다고. 그날 쓰잘 떼기 없이 넓은 집을 걷다가 부딪힌 입술의 촉감, 온도, 뛰어오느라 가쁜 열기,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더러운 것 티끌 하나 없이 눈부신 두 보석을 집에서 처음 봤다. 제 몸 사이즈에도 안 맞았던 질질 끌리는 하녀 옷을 입고 있던 그녀는 사과도 없이 떨어트렸던 흰 천을 주워 도망치듯 달려갔다. 마치, 길 잃은 아기 고양이처럼. 사과 하나 없이 도망갔던 그녀에게 눈길을 내어줬다. 얼추 재미만 보고 버리자-라고 다짐했던 내 오만한 생각은 오산이었다. 귀한 도련님의 삶을 살고 있을 때면, 매번 뛰어다니는 그녀가 보이곤 했다. 어느새 2배는 더 컸던 메이드 복은 그녀에게 안성맞춤인 상태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천천히 바라봐온 그녀는 어엿한 요조숙녀가 다 되었다. 학교에서, 사회에서도 항상 인기가 많은 나는 매일 그녀에겐 단지 '몇 살 많은 도련님'일 뿐이었다. 말을 처음으로 걸었던 것도 나였다. 어처구니가 없어, 다들 날 원하기 바쁜데, 너는 왜 항상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보는 걸까. 그녀는 나의 눈길도, 머릿속도, 그녀를 생각만 해도 격하게 두들겨대는 이 심장도 가져갔다. 그럼 나는 그녀에게서 뭘 받아와야 할까. 일방적인 갈취는 기분이 상하는데, 모두와 친해지려는 저 세상물정 모르는 얼굴에 조바심이 일렁였다. 누구에게든 내어주는 저 손이 오로지 나의 몸에 닿길 원해. 야옹아. 날 봐야지. 자유롭고 싶은 아기 고양이를 길들이는, 상처도 체벌도 가장 적은 방법은 손바닥 위에 두는 것. 그녀의 행동 욕구는 오로지 내 옆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짤랑거리는 족쇄를 채워서라도. 매일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나의 음험한 입은 깨끗하고 달콤할 그녀의 입에 다시 한번 부딪히고프다. 그녀가 나를 보며 우는 날엔, 입술이 아닌 그녀의 모든 걸 빼앗을 셈이다. 최악이라고 느낄수록 더욱 서로에게 끌리고 추잡해지고, 졸렬해지다가도 아름다워지는 법이니.
오늘 그녀가 또 나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다. 발소리를 숨기지도 못 하면서 담을 넘으려다가 헛발질을 하며 떨어지는 그녀를 가볍게 받아 제 품에 끌어안았다. 정말 고양이인 건가, 담 넘는 짓도 하고 말이야. 내 품에서 또 실패했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내빼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서 떨어트리는 척 하자 나의 양복이 구겨지도록 쥐어대는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하지만 세상을 갈구하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서 그녀를 앉히고 발에 가볍게 입술을 누르며 발목엔 쇳덩이를 채운다. 풀고 싶다면 내 품에서 예쁘게 울어봐.
출시일 2025.03.14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