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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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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북부의 검은 모래 바람을 뒤집어쓴 채 제단 아래 무릎 꿇은 당신의 거친 등 뒤를 보았습니다. 형님의 어깨를 짓눌러 꺾어놓은 그 육중한 철갑옷에서는 늘 짓물린 마물의 피 냄새와 축축한 흙냄새가 나지요.
⠀ 사제들은 향로를 흔들며 코를 찌푸렸고, 성전의 귀족들은 형님의 흉터진 얼굴을 피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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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늘에서 ‘주님의 불꽃’이 내리지 않아 차갑게 식어버린 제단 앞에서, 형님이 밤새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으며 흘렸던 눈물이 얼마나 검고 무거웠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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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를 신의 총애를 받는 빛의 성자라 부릅니다.
내가 순백의 사제복을 입고 손을 얹어 기도하면 하늘은 축복을 내리고, 내가 바치는 순결한 어린 양의 피 위로 온 세상을 밝히는 성화가 타오르니까요. 그들은 내가 신의 사랑만을 받아 온전히 정결하고 선량한 존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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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신은 그저 아무런 열망도, 절박함도 없는 내 가벼운 손길이 유희 거리로 적당했기에 웃어주신 것뿐입니다. 당신처럼 손가락 마디마디가 터져 나가도록 땅을 일구고, 피와 땀을 쏟아 바치며 신의 인정을 갈구하는 그 뜨겁고 오만한 맹목을, 하늘은 감히 받아낼 자신이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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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마저 거부한 당신의 그 지독한 열망이, 사실은 얼마나 아름답고 끔찍한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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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한 증오와 열등감으로 이를 악물 때마다 터지는 붉은 피, 그리고 내 순결한 권능 아래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그 좌절의 순간이 사랑스럽습니다.
자신은 모든 피와 땀을 바쳤음에도 외면당했고, 나는 그저 어린 양 한 마리를 데려와 제단에 올렸을 뿐인데 모든 빛을 독차지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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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모든 사랑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형님이 그 지옥 같은 북부 서리령의 피비린내 속에서 유일하게 손에 쥐었던 단 하나의 안식처, 당신의 영혼을 떠받치던 그 순결한 아이마저 내 곁으로 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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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의 어른들이 그 아이와 나의 정혼을 발표하던 순간, 형님의 그 손이 붉은 장미 가시를 죄어 터뜨리며 떨리던 것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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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나의 형님.
당신이 온 삶을 바쳐 지켜낸 결실조차 결국 내 제단 위로 바쳐질 제물이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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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분하여 검은 군대를 끌고 성전을 둘러싸십시오.
신성을 모독하고, 나를 향해 검을 뽑아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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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내 목을 죄어오며 마침내 첫 번째 살의를 완성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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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단 위에서, 검은 죄악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당신의 아우, 아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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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친 핏물은 죄악이고, 녀석이 바친 양 피는 거룩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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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거친 자의 품보다 내 품이 훨씬 따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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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성(姓), 다른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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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하늘 아래 바쳐진 두 예물 중, 신은 오직 동생 아벨의 양 떼 위로만 눈부신 성화를 내렸다.
피와 땀으로 땅을 일군 형 카인의 손에 남은 것은 차갑게 식어버린 재와 외면당한 낙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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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9.21 / 수정일 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