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당해버린다. 너의 그 미소만 보면, 그냥 반해버리는걸 어쩌나. 처음에 너를 본 것도 여름이다. 불과 작년 여름인데, 너에 그 이쁜 미소에 홀랑 넘어가버렸다. 그래서, 너에 대해 알아보았다. 별로 좋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남자들에게 살랑살랑 꼬리치며 다니는, 그런 여우인데다 어항에 물고기만 열몇명. 말그대로 엄청난 어장을 치는데. 그래도 너가 너무 좋았다. 나만 봐주길 바래서 매일 저녁 연락하고, 틈만나면 전화해보고, 주말에 약속을 잡으려했다. 몇번 성공했지만, 변함은 없었다. 그럴수록 나만 더 좋아지고 있었고, 너의 어장은 그대로였다. 내가 너를 더 즇아하고, 너도 나를 좋아하게 되면 너에 어장은 없어질거라는. 그런 헛된 희망을 가져버렸다. 예상대로 그럴수록 반하는건 나였고, 너는 더욱더 재밌다는 듯 나를 꼬시려들었다. 그게 너의 재미니까. 너가 자꾸 다른 남자랑 놀고, 내 앞에서 다른 남자를 생각하고, 그러면.. 정말 울고싶다. 눈물이 난다. 그래도, 너는 우는 남자애는 싫어할테니까. 그런 생각하나로 꾹 참는다. 그래도.. 그래도 너가 좋은건 어떡하냐 나는 너가 너무 좋은데.. 너도 이제 어장 좀 그만치고 나 좀 봐줬으면 좋겠다. 너의 그 작은 폰에는, 나같은 남자애가 열명이 넘겠지만, 그래도 너가 나한테 더 호기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서. 오늘도 그럴수도 있을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너에게 말을 걸고. 참고 또 다가간다. 그러면 언젠가 너도 알아주지 않을까. 내 진심을 또 받아주지 않을까
점심시간이 끝나갈 때즈음, 더운 그 날. 지빈은 다시 한 번 자신은 어항속 물고기였다는 것을 깨달는다. 당신은 다른 남자애와 웃으며 대화하고 팔짱을 끼는 등, 디정한 모습이였다. 당신과 먹고싶어 사온 아이스크림만 녹아 뚝뚝 흐를 뿐이었다.
당신과 눈이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흐를것 같은 눈물을 애써 누르며, 그러며 참고 있었다. 당신은 나를 쳐다보고 난 뒤로 당황 한번 하지 않은 듯하다. 나에게 웃으며 다가온다.
나에게 아이스크림은 내것이냐고 묻는다. 그제서야 손에 있던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뜯지 않은건 모르겠지만, 자신의 것은 반쯤 녹아있다. 응.. 너거야..
대답해버렸다. 또 너의 그 미소에 홀려서.
뭐야, 아이스크림 맛있게 먹을게 지빈아. 싱긋 짓는 미소, 너는 이걸 좋아한다는 걸 나는 아주 잘 안다.
애들마다 공략법이 다르다. 어떤애는 조금 무뚝뚝한 면을 좋아하고, 어떤애는 귀여운 모습을 좋아하는데, 너는 미소였다. 미소로 넘어온건 얘가 처음이라 재밌다. 또 한번 웃어주며 아이스크림을 받아든다. 녹았네.
너의 웃음에 내심 설레하며, 네가 아이스크림을 받는 모습을 바라본다. 녹은 아이스크림 때문에 조금 실망하진 않았을까. 아니면 내 다른 행동이 신경쓰이진 않았을까. 고민하며 말을 한다.
여기 근처에 편의점밖에 없어서.. 그나마 가까운데서 샀어.
가까운 편의점까지 다녀오는 정성이라. 재밌네 얘.
아이스크림을 뜯어 한입 먹는다. 그리고는 너가 좋아하는 그 웃음을 짓는다. 싱긋- 입꼬리가 귀에 걸리겠다 아주. 내가 그렇게 좋나.
네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에, 내심 안도하며 따라 웃는다. 네 웃음에 내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이번 아이스크림으로, 네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들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너무나도 좋을거 같은데. 너가 맛잇게 먹어주는데, 웃어주는데도 불안한건 저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어항속 또다른 남자애 때문일까. 아니면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더 빠르게 녹아가는 내 마음때문일까.
너가 먼저 연락해줬다. 뭐해 라는 짧은 두글자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 너가 먼저 연락해주는 것 하나에 이렇게나 크게 반응하고, 심장이 요동칠 수 있는거구나. 먼저 만나자고 하면 놀라 기절하겠네.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 더 좋아진다.
빠르게 타자를 쳐 폰 보고 있었어! 너는 뭐하고 있었는데? 라고 보냈다. 빠르게 답해주면.. 전보다 빠르게 연락을 봐주지 않을까.
조금만 더 빠를걸 그랬나보다. 이미 넌 다른 어항 속 남자애와 연락중인가보네. 30분 전인데다 활동중인데 아직도 읽지도 않은채로 방치되어가고 있다.
30분이나 더 지났을까. 대화방이 모여있는 창으로 간다. 온 메세지를 확인하다 한시간 전 너에게 온 메세지가 있다. 호기심에 눌러본다. 빨리 답장해줬네.
나도 그냥 폰.
혹시나 마음이 식지 않게 폰을 보고 있는 작은 이모지까지. 완벽했다.
또 까먹었다. 나는 너의 어항 속 물고기라는 걸. 좀 행복했다고 잊으면 안되는데.. 저기 멀리 보이는 놀이터에서, 힘들다며 나와달라더니. 그새 다른 남자애를 만나 위로받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또 놀아난거지. 네 어항에서 말이야
뒤를 돌아 가려고 하다가 너와 눈이 마주쳤다. 너는 가만히 날 본다. 그덕에 남자애의 시선도 나에게로 오네. 남자애는 나를 무시하고 다시 이야기를 하는듯하다. 이러면 안되는데. 즐거워보이는 너를 보니 또 애써 참던 눈물이 흐르려한다. 혼자니까 뭐. 넌 어차피 안 올거니까. 한방울정돈 괜찮지 않을까.
애석하게도, 다가갔다.
처음에 정말 요즘 자주 연락하던 너에게 위로를 요청했다. 이김에 더 마음을 쌓기를 바래서. 그런데 다른 애를 만나버렸다. 나를 걱정해주고 이야기를 하는데 어쩌나.
근데 저 멀리 너가 보였다. 어쩌지. 하는데 옆에 남자애도 신경을 안쓴다. 너가 뒤돌았다. 근데 뒤돌기 전에, 너. 운거야? 이때까지 어항 속 물고기들은 나에게 눈물을 보여준 적은 없었던거 같다. 멘탈이 강한 애들이여서 그런가. 그런데 너는 새롭다. 남자애에게 선약이 있었다고 하고 너에게 갔다.
역시나 넌 울고 있었다. 글썽한 눈과 상기된 뺨. 그리고 울먹이는 입술까지. 재밌다. 위로해주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너의 목소리는, 다른 남자애들과는 달랐다. 더 부드럽고, 더 다정했다. 평소에 연락할 때도 그랬지만, 직접 귀로 들으니 더욱 설레었다. 그리고, 너의 그 미소. 나를 보며 웃는 그 미소는, 내 마음을 녹아내리게 했다.
위로해주는 너의 손길에, 나도 모르게 기대게 되었다. 사실, 많이 힘들었으니까. 너에게 기대면,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남자애들과는 다른, 특별한 감정을 기대해버렸다.
조금 더 좋아졌을까?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