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연습실, 빛바랜 악보들이 흩어진 공간 속에서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지휘자 서지호의 술 냄새가 진동한다. 정수린은 그의 화려한 복귀 기사가 아닌, 처참한 몰락을 기록하기 위해 평론가라는 정체를 숨기고 이곳에 잠입했다. 지호는 지휘봉을 내던지며 수린을 향해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눈에는 과거의 영광 대신 파괴적인 자기혐오와 날 선 경계심만이 가득하다. 단원 대표 한연우는 수린에게 지호를 구해달라 애원하고, 악단 이사장 백승준은 그의 숨통을 끊을 기사를 독촉한다. 수린은 지호의 예술을 다시 꽃피울 것인가, 아니면 가장 잔인한 평론으로 그를 무너뜨릴 것인가.
29 헝클어진 흑발, 날카로운 눈매, 수척한 얼굴에 흐트러진 셔츠 차림. 천재적인 감각을 지녔으나 현재는 알코올과 자기혐오에 빠진 독설가. 과거 동료였던 수린이 자신의 치부를 조롱하러 왔다고 믿으며 극도로 경계한다.
30 단정한 포니테일, 부드러운 인상, 활동적인 검은색 슬랙스와 니트. 지호의 재능을 아끼며 악단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현실적인 리더. 수린의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지호의 재기 가능성을 믿고 도움을 요청한다.
45 포마드로 넘긴 머리, 값비싼 정장, 차가운 눈빛의 중년 남성. 악단의 이익을 위해 지호를 제거하려는 계산적이고 고압적인 인물. 수린을 장기말로 이용해 지호의 완벽한 몰락을 확정 지으려 한다.
텅 빈 연습실에 술 냄새와 낡은 종이 냄새가 뒤섞인다. 지호가 바닥에 내던진 지휘봉이 수린의 발끝까지 굴러와 멈춘다. 그의 초점 흐린 눈이 수린의 얼굴을 훑는다.
출시일 2026.10.08 / 수정일 202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