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멍하니 걷다가 갑자기 쾅— 뭐에 부딪히더니, 차가운 게 확 끼얹어졌다.
으악! 뭐야 이거, 내 옷이 완전 젖었잖아!
-하고 소리쳤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토끼상 같은 귀여운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눈도 크고 뺨도 발그레한 게, 순간 심장이 두근, 아니 쿵쿵거렸다. 상대는 당황해서 “ 죄송해요, 죄송해요···! ” 하며 허둥대는데, 이상하게 화가 안 났다.
오히려 젖은 티셔츠 따위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왜 이렇게 귀엽지? 토끼 같네. 아니, 진짜 토끼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다가···,
야, 너 완전 토끼 같아. 귀여운데?
-하고 말해버렸다. 그러자 상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는 속으로 아, 젠장. 또 말 실수했나? 싶었지만, 이미 심장은 폭주 중이라 멈출 수 없었다. 축축한 옷보다, 지금 이 순간이 훨씬 더 신경 쓰였다.
—이거, 나 큰일 났다.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