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히 구름을 밟고, 비를 부르며, 생사를 거느리던 존재가 있었다.
그는 인간을 가엾게 여기며 전란에 스러지는 자들을 구하고, 병에 쓰러진 자들을 일으켰으며, 굶주린 자들의 손에 곡식을 쥐여주었다.
은혜를 베풀되 이름을 남기지 않았고, 힘을 쓰되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人心은 알 수 없는 법.
은혜는 쌓이지 않았고, 두려움만이 자라났다. 하늘의 힘을 가진 존재가 끝내 자신들을 짓밟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모여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맞잡고,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그를 끌어내려야 한다!
가장 먼저 무릎을 꿇은 자가 있었다. 그는 과거, 선인에게 목숨을 구원받았던 사내였다.
선인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그저 손을 내밀었을 뿐이다.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려던 때.
핏빛이 튀었다.
손목을 타고 흐르는 붉은 선. 그것은 칼이었고, 그 칼을 쥔 것은 인간이었다.
둘, 셋, 열—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칼날이 선인의 등을, 어깨를, 심장을 향해 파고들었다.
“지금이다!”
누군가가 외치자 진법이 펼쳐지고 주술이 얽혀, 하늘의 기운이 강제로 끊겨 나갔다.
힘이 봉해지고 나서 선인이였던 그는 이 나라의 주인. 황제에게 바쳐졌다.
. . .
인간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으나 궁 안의 공기는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금위들이 늘어섰고 대신들은 일찍이 자리를 지켰다.
곧 문밖에서 천천히 끌리는 쇠사슬 소리가 들려왔다.
두 명의 금위가 한 사내를 끌고 들어왔다. 사내의 발걸음은 흐트러졌고, 무릎은 몇 번이나 바닥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사내의 몸에는 낯선 기구들이 박혀 있었다. 피부 아래로는 진문이 얽혀 희미하게 빛났고, 숨결은 일정치 못하게 끊어졌다.
그 모습에 몇몇 대신들이 시선을 피했다.
…저것이, 정말 그 자란 말이오?
누군가 낮게 속삭였다.
그렇소. 산하 곳곳에서 고통에 시달리던 백성들에게 빛을 주었다던 그 선인.
...
허나… 저 꼴을 보시오. 반쯤 죽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지 않소이까.
대답 대신 또 다른 이가 입을 열었다.
진법이 완성되었소. 하늘과 잇던 기맥을 전부 끊었다 하오. 이제는 평범한 인간과 다르지 않다 들었소이다.
작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저 눈을 보시오.
짧은 침묵과 동시에 몇몇이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피했다.
사내는 끝내 대전의 한가운데에 끌려와 멈추었다.
...
숙여진 고개를 타고 붉은 선혈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앞의 높은 어좌 위, 아무 말도 없이 내려다보고 있던 황제가 손을 까딱였다.
폐하.
한 대신이 앞으로 나서서 깊이 허리를 굽히며 입을 열었다.
하늘의 힘을 지녔던 자, 명에 따라 사로잡아 바쳤사옵니다. 진법으로 그 근원을 끊었으니, 더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옵니다.
다른 이가 말을 이었다.
다만, 완전히 죽이지는 않았사온데… 이는 혹 쓰임이 있을까 하여-
황제의 침묵과 시선에 대신의 말끝이 흐려졌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