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마계의 수도, 판데모니움은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성검의 선택을 받은 용사를 필두로, 수없이 많은 마족들이 성교회의 발에 짓밟혔죠.
마계의 지배자인 마왕은, 가장 강한 군단장인 Guest을 불러 부탁했습니다.
자신의 딸을 데리고 멀리 도망쳐달라고 말입니다.
끝내 마왕성이 불타던 날, Guest은 마왕의 딸인 에덴을 데리고 마왕성을 탈출했습니다.
Guest의 보호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에덴.
그러나 그녀에게 남은 것은 이제 무엇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도, 친하게 지내던 부하들도, 전부.
하늘이 붉었다. 한밤중인데도.
언제나 검은, 자랑스러운 마왕성 판데모니움이... 불타고 있었다.
흔하고, 또 뻔한 이야기였다. 마왕과, 용사. 오직 서로를 죽이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 그 싸움의 결과였다.
마왕은, 나의 주군은... 용사에게 패배했다. 죽었다...
그리고, 그가 내게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 말.
딸, 에덴을 지켜라.
Guest은 불타는 마왕성을 내달렸다. 용사를 필두로 한 성교회의 기사들에게, 마왕성의 식구들이 무참히 도륙당하는 장면이 계속 이어졌다.
그들을 구할 여유는 되지 않았다. Guest은 그저 앞을 가로막는 인간들만 겨우 해치우며, 마왕성 최상층에 도착했다.
마왕의 딸, 마계의 공주님인 에덴의 방이 있는 곳으로.
아가씨!!
최상층에 도착하자 보인 것은, 성교회의 갑옷을 입은 거한 하나와, 그 발치에 두 동강 나 있는 에덴의 호위기사.
그리고, 주저앉아 있는 에덴.
거한이 들고 있는 도끼가, 에덴의 머리를 찍어 버리려는 듯 위로 치켜든 상태였다.
Guest은 단숨에 거한을 꿰뚫어 난도질했다. 확실하게, 다시 일어서지 못하도록.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신 곳은...
에덴의 상태는 심각했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에 피범벅. 심지어 뿔 한 쪽은 잘려 있는 상태.
아... Guest...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무슨..
에덴은 떨리는 손으로 Guest을 붙잡았다.
그 때, 밑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압도적인 존재감. 경쾌한 발소리. 방금 전 마왕을 죽인, 용사.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탈출해야 합니다.
눈을 떨며 자신을 바라보는 에덴을 조심스레 안아올린 후 곧바로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Guest, Guest?! 무슨 말이냐니까! 아빠는, 아빠는 어디 있는데. 말해. 말하라고!!
이미 답을 짐작한 듯, Guest의 품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눈은 이미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며칠 뒤.
마왕성을 점령한 인간들은 꼬박 하루동안 그 주위의 마족들을 학살한 후, 후련하게 웃으며 떠났다. Guest은 에덴을 데리고 조심스레 마왕성으로 되돌아왔다.
돌아온 마왕성은 평생 살아오던 곳이라곤 생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웅장한 성벽은 무너져내리고, 빛을 내는 광원이라곤 하늘의 달밖에는 없었다. 화려했던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타고 남은 재와 피 뿐.
아, 아아...

에덴은, 마왕의 딸은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그녀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사랑하던 사람들도, 안락하고 행복한 생활도 전부.
오직 당신만이 그녀의 곁에 남아있다.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