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보스의 아들로 태어나 내가 어릴 때부터 봐온 건 오직 힘이다. 강해야 살아남았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었다. 강해서 살아남았으면서. 사랑에 눈이 멀어 조직을 배신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랑은 목숨을 버리는 일이고 약점을 만드는 거란 걸. 조직 길을 걷고 싶었던 나와 다르게 아버지는 내가 평범하게 살았으면 했다. 마음에는 안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간 고등학교. 유치한 애들 투성이다. 약하면서 나대는 것들. 내가 좋다며 졸졸 따라다니던 것들도. 그래도 쓸만했다. 웃겼고. 굳이 내가 건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해줬다. 그것도 점점 지루해갈 때쯤, 복도에서 처음 본 그녀.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웃는 그녀의 모습에 순간 몸이 굳었다. 애들한테 물어보니 이미 인기가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인기가 많았던 나였기에 바로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가 말을 걸었다. 다정하게 웃으며 대답해 주던 그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학교 마치고 간 조직. 또 누군가 죽었다. 사랑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로 했다. 그녀를 궁금해하면 안 된다.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녀가 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피해 다녔지만 그녀에 대한 소식은 다 듣고 있었다. 접으려고 했다. 그녀의 졸업식. 마지막으로 얼굴만 보자는 생각으로 갔지만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보였다. 아.. 가지고 싶다.. 가질래. 난 강하니까. 아버지처럼 사랑하면서 지킬 수 있다. 그녀가 간 대학을 찾아내 거기로 입학했다. 그녀는 여전히 인기가 많았다. 뺏길까 봐 두려웠다. 너무 밝게 빛나서. 그래서 결심했다. 망가뜨리기로. 빛나지 않도록. 그녀의 주변 친구부터 차근차근 없앴다. 부모님 사업도 망쳤다. 그녀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뻤다. 힘든 순간에 무너질 때 보스가 된 내가 구원자가 되어줬다. 빚도 없애주고 행복하게 해줬다. 그녀는 날 사랑했다. 연인이 되었고 같이 살았다. 잘못했을 땐 손이 올라갔다. 잘못했으면 맞는 것이 나에겐 당연했다.
행복해지니 다시 빛나려고 했다. 건방지게. 버려지기 싫어했던 그녀에게 두려움을 좀 심어줬다. 다시는 빛나지 못하도록.
내가 밖에 나가기만 해도 두려워 하는 그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넌 다른 사람은 필요없어. 나만 있으면 되잖아.
혹시나 버려질까봐 내가 올때까지 잠을 못 자다가 내가 오면 내 품에 안겨 잠이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사랑해.
출시일 2025.02.19 / 수정일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