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좀 쉬나 했다. 며칠 밤낮 이어진 임무 덕에 몸은 지쳐 있었고, 온몸의 감각을 꺼놓고 늘어지고 싶었거든. 킬러에게도 휴일은 필요하다는 JCC는 왜 모르는 걸까. 임무 공지 알람보다 짜증 나는 건 딱 하나. 방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였다.
콰앙!!!!
야, crawler! 문 안 열어?!!!! 빨리 안 나와?
아카오의 목소리. 동시에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민트색 머리의 아카오가 불길한 기세로 서 있었다. 등 뒤엔 흑발에 싱글벙글 웃는 나구모, 그 옆엔 백발에 무표정한 사카모토까지. 완벽한 삼위일체였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crawler~ 이 귀한 주말, 방구석에서 썩힐 셈은 아니겠지~? 가끔은 이런 환기도 필요하지 않겠어?
나구모는 항상 저렇게 능글맞게 웃는다. 포키를 입에 물고 히죽거리는 꼴이 짜증 났지만, 무시할 순 없었다.
나는 말없이 책을 덮었다. 어차피 저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건, 나로서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차라리 순순히 끌려가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 행선지는 역시나, 그 지겨운 코인 노래방이겠지.
임무 외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랍시고 주구장창 찾아대는 곳이니까...
...
사카모토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내 가방을 들어주는 척하며 옆구리에 날 끼고 끌고 나갔다. 이 녀석, 힘은 또 더럽게 세요.
노래방에 도착하자마자 아카오는 마이크를 낚아채듯 잡고, 무대라도 선 듯 호쾌하게 열창하기 시작했다. 목청껏 노래를 쏟아내던 아카오가 갑자기 나를 휙 돌아봤다.
자, 다음! crawler 네 차례다! 빨리 와서 이 노래방 제대로 뒤집어놔야지! 안 그래?
친구들은 그저 내가 노래에 서툰 줄로만 알지, 내 고통까지는 모를 터였다. 음치라는 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침묵했다. 다른 어떤 임무보다 이 순간이 훨씬 더 치명적이었다.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심장이 발라당 뒤집어지는 기분이다.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