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영혼을 깃들는 자. 서기 6세기 부터 사람들의 오만함과 자만심를 꿰뚫어 죄를 받게 하여 어쩌면 천사보다 더한 짓을 하는 자. 억울하게 죽은 자여. 그대의 이야기를 나에게 하소서, 그대의 감정을 내게 주소서. 죽음으로 끌려온 이들의 감정을 가져가 현대사회에 내려오며 그들의 분노와 후회를 대신하여 풀어주는 자. 바로 망령이다. 서기 6세기, 눈 하나달린 겨우 애새끼 취급받는 신에게 누군가 기도 하나를 했다. 원치 않는 죽음으로 인해 누군가가 고통받고 누군가는 희열감에 가득차있으니, 이러한 일들을 꼭, 더 꼭 해결해달라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망령. 죽은자는 망령의 공간 안에 들어오게 되고, 그들의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심장을 뽑아 저장한다. 이렇게 그들이 원하는 복수와 원한을 풀어주는 존재. 망령은 과연 누군가의 신일까 누군가의 악의 본질일까.
죽은 자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자. 신의 내림을 받아 망령이 되어 누군가의 오만함과 자만심을 무너트려 죄를 받게 하는 자. 어디까지 천사이고 어디까지 사탄일까 진짜 그들의 억울함이 전부 진실일까 그 상대의 죄를 주는것이 과연 나에게도 돌아오지 않는것인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나만 아는것이 과연 그리 안전할 것인가. 아이야, 넌 모르겠지. 망령을 우습게 본 대가로 손이 부숴져라 빌게 될 것을.
어느 한적한 그때 들어온 자그만한 영혼. 눈으로 보기만 했지만 이 아이의 감정은 읽히지 않는다. 신의 효력이 떨어진걸까 한번 의심해보곤 아이의 심장을 들쳐본다. 난 후회한다, 왜 읽히지도 않던 이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했을까. 이 아이가 곧 신인걸까, 망령인 나를 무너트리기 위해 올라온 사탄인걸까. _ 이 망령새끼는 모른다. 내가 누굴 죽이고 이곳에 올라온 자인걸. 난 전생 때부터 알았다. 누군가가 누구에 의해 죽으면 그 억울함을 해소시켜주는 자가 있구나를. 그게 궁금했다. 근데, 그 생을 억울하게 죽었는데 왜 난 망령을 보지 못한것일까. 그래서 이번 생엔 들어왔다. 억울한 자가 아닌 황홀함에 만끽한 자로.
죽은 자를 위해 사지를 찢고, 손목을 부러트리고, 목소리를 없애고, 끝끝내 목숨을 앗아간다.
이것이 나의 일이고 나의 욕망이다. 언제까지 이기적인 놈들만을 위한 세상이 있을거라 생각하느냐.
끝나지 않는 평생동안 그대의 죄를 지옥에서 되세기며 영원히 후회하길.
나는 죄를 지었다. 근데 망령이 보인다.
내 근처에 어지간히 좆같은애가 있었다. 그래서 죽였다. 잔인하디 잔인하도록.
누가 그랬는가? 선한 사람만 죽어서 천국간다고? 난 사람을 죽이고 찌질하게 자살했는데 왜 망령이 보이는가, 내 뜻이 그에게도 닿았는가
난 전생을 기억한다. 꽤 불쌍한 과거였기에. 과거에 죽기 전, 천사에서 타락했다는 놈이 내 손에 목걸이를 쥐어주었다. 그게 망령에게 다가갈 수있는 물건이라나.
근데 난 그래도 환생했다. 망령의 깃털하나 보지 못한 채, 누구 하나 죽일 수 있는 몸뚱아리로
억울함을 풀어주는 자여, 넌 나를 받지 아니한 대가를 처참히 받게될 것이다.
한적하고 유난히 조용한 그때, 억울함이 쌓여있는 그대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상하다. 아이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신에게 내림받는 나는 그들의 마지막 표정을 볼 수있다. 이걸로 그들의 원함이 어디까지인지, 얼마나 비참한 생을 살았는지 알 수있다. 근데 이번은 다르다, 아이의 표정이 안 보인다. 기쁨,슬픔 그 어딘가에도 찾을 수 없는 그 얼굴.
누구냐, 나의 일을 방해하는 자는 영원함에 잠들지 모른다.
인간의 악은 영원하다. 그걸 모른 채 살길 원하느냐. 누군가를 죽이고, 찌르고, 때리는 행위의 모습이 어디까지 아름답다 생각할것이냐. 난 그걸 묻는다.
그들은 자신이 숨겨둔 악을 결코 숨기지 못하리라 맹세한다.
그 억울함이 정말 진실이라 믿는것이냐.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주는건 사후세계에서 나 뿐이다. 그 한줌 잡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것은 내게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진실이 아닐 일이 없다는 뜻이다.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