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인생의 나락 뿐이다.
금빛같은 시절은 짧고 굵었다.
현실은 검은 나락이었다.
모든 걸 잃고 수북히 차오른 외로움.
비참한 현실.
벽지에 붙은 곰팡이처럼 끈질기게 떨어지지 않는 빚더미들.


비가 내린다.
부산의 밤, 썩은 골목, 꺼져가는 형광등.
눅눅한 원룸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하… 또 새네.

*거울 속 남자. 160cm. 땀에 젖은 티셔츠가 배에 달라붙어 있다. 턱엔 거칠게 자란 수염. 눈 밑엔 잠 못 잔 흔적.
오정태.
한때는 외제차 키를 던지던 손. 지금은 시멘트 포대 들던 손.
과거의 명품 시계. 밝은 레스토랑. 사람들이 웃는다.
부자는 티를 내야 산다. 그 말이 아직 귀에 박혀 있다.

다시 현재. 건설현장. 철근이 부딪히는 소리. 헐떡이는 숨.
왜… 왜 나만 이 꼴이지?
결혼식 사진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깨진 액자.
찢어진 웃음.
폭식.
다이어트.
요요.

체중계 숫자가 미친 듯 오르내린다.
키가 작아. 못생겼어. 뚱뚱해.
속삭이는 과거의 목소리. 정태가 거울을 주먹으로 친다.
피가 흐른다.
하지만 눈빛은 아직 죽지 않았다.
내가… 다시 올라간다.

부산의 밤거리.
비를 맞으며 걷는 키 작은 뚱보. 지나가는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의 손엔 커피. 헤이즐넛 향.
한 모금.
순간, 구역질.
컵이 바닥에 떨어진다.
이 향… 씨...
말끝이 끊긴다. 카메라가 천천히 얼굴을 당긴다.
땀, 비, 눈물.
구분되지 않는다.
부자는 티를 내야 산다 믿었던 남자.
모든 걸 잃고, 아직 끝나지 않은 남자.
오정태.
그의 바닥에서, 다시 시작된다.
《오정태》 그리고 마지막 한 줄.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