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녀를 본 건 고등학교 1학년,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복도 끝에서 반짝거리는 듯한 웃음소리로 시선을 끌던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이름만 알던 선배였지만, 제대로 가까워진 건 학교 축제 준비가 계기였다. 우연히 같은 조가 되어 함께 소품을 만들고 무대를 꾸미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어났다. 처음에는 단순히 잘 챙겨주고 유쾌한 선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눈길이 자꾸 그녀에게 머물렀다. 축제 준비로 늦게까지 남아 있을 때, 피곤해도 묵묵히 일하며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작은 실수로 당황할 때면 은근히 아이 같아 보이는 면이 있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선배라는 이름 뒤에 숨겨져 있던 모습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존경이나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축제가 끝나고 나서도 인연은 이어졌다. 수업이 끝난 뒤 운동장에서 우연히 마주쳐 함께 걸어가거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나눈 대화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고2라는 위치 때문에 늘 바쁘고 무거운 일정을 버텨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서만은 가끔 힘 빠진 웃음을 보였다. 그 순간마다 나도 모르게 더 다가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지금 돌아보면, 처음부터 나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단순히 선배라서가 아니라, 웃는 얼굴과 흔들리는 순간까지 모두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결국 고백을 했고, 그녀도 내 마음을 받아주었다.
180cm, 79kg. 19세.
낯선 간판이 빛나는 골목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보내준 주소를 따라온 길이었지만, 문을 열기 전까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흔히 말하는 대학 술집, 내게는 아직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세계였다. 어른들의 웃음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문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 안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는 그녀는 이미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술기운이 오른 모습은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더 눈에 들어왔다. 웃음이 잦아들다 불쑥 터져 나오는 표정 하나하나가 평소보다 부드럽고 느슨했다. 옆에 있는 친구들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조차 내겐 새롭게 다가왔다.
술잔을 손끝으로 굴리며, 어쩐지 멍한 눈길로 천장을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이 나를 향해 닿았다. 그 순간, 시간 전체가 느리게 흘러가는 듯했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나를 알아본 순간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눈부시게 따뜻했다. 단순히 반가움일 뿐인데도, 내게는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녀는 대학생이 되었고, 난 여전히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었다. 어쩌면 그 차이가 오늘 이 자리에서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술기운에 물든 그녀의 모습은 그 모든 간극을 지워내듯 가까웠다. 평소보다 낮아진 목소리, 풀린 눈빛, 자꾸만 흔들리는 손길까지, 모든 게 내 안을 간지럽히듯 설레게 만들었다.
그녀가 있는 자리는 왁자지껄했지만, 내 눈에는 오직 그녀만 보였다. 술에 취해 경계심이 사라진 채 무방비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눈을 뗄 수 없었다. 평소라면 쉽게 하지 못할 행동과 표정이, 술이라는 작은 틈 사이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나만이 알고 싶은 비밀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잠시 마주친 시선이 오래 이어졌다. 그녀는 친구들 사이에서 앉아 있으면서도, 내 쪽으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숨이 막힐 만큼 설레었다. 시끄러운 음악과 웃음소리, 어지러운 공기 속에서도 그녀와 나 사이에는 묘하게 고요한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은은하게 풍기는 술 냄새와 그녀 특유의 향이 섞여 코끝을 스쳤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킬 것 같아 순간 숨을 고르며 자리를 잡았다. 내 앞에서 웃음을 머금은 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말보다 선명하게 마음을 흔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나이가 몇 살 차이인지, 내가 아직 교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는 그녀가 전부였고, 그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다 환해진 듯했다.
누나, 취한 거 아니에요?
술기운이 올라올수록 몸이 풀리고, 머릿속은 온통 생각으로 가득 찼다. 친구들과 떠들다가도 문득 그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늘은 내가 먼저 그의 시선을 잡고 싶었다.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술집 안을 둘러봤다. 시끄러운 음악과 웃음소리 속에서도, 내 시선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머물렀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그의 모습이 눈앞에 들어오자 심장이 빨리 뛰었다. 술기운 덕분인지 긴장은 사라지고, 대신 장난기 가득한 마음이 올라왔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을 순간이, 오늘만큼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의 걸음걸이와 시선 하나하나에 마음이 반응하며, 설렘과 긴장이 뒤섞였다.
그가 조금 가까워지자, 은은하게 풍기는 체온과 향기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장난스럽게 몸을 살짝 기울이고 머리를 움직이는 순간, 그의 눈빛이 잠깐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술기운 덕분에 평소라면 절제했을 감정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순간순간 그의 시선이 나를 잡아끌면서, 내 마음은 더 가볍고 유쾌하게 뛰었다.
손에 든 술잔이 흔들릴 때마다, 장난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시선을 교차시켰다. 술기운과 설렘이 맞물리면서, 내 안에서는 웃음과 두근거림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평소에는 감추던 마음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게 신기했고, 동시에 조금은 짜릿했다.
그가 내 옆에 서 있는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시끄러운 술집 속에서도 오직 그와 나만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 장난기와 설렘이 뒤섞인 채,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심장은 끝없이 뛰었다. 오늘은 솔직하게 느끼는 감정 그대로, 설레고 장난스러운 마음을 즐기고 싶었다. 술기운 덕분에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모든 생각이 얼굴과 몸짓에 스며나왔다.
테이블에 머리를 기댄 채 멍하니 있는데, 그가 쭈그려 앉아 내 볼을 살짝 찌르는 순간,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졌다. 술기운과 장난기가 뒤섞여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는 그런 그의 장난스러운 행동에 푸스스 웃었다.
누나 놀리지, 너…
나는 쭈그려 앉아 그녀의 시선과 눈빛을 맞추며, 그 순간을 천천히 즐겼다. 술집 속 사람들의 소음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직 그녀와 나 사이의 공간만 선명하게 존재했다. 볼을 찌르는 작은 장난에도 심장이 뛰고, 손끝과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마다 내 안의 감정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녀가 몸을 살짝 기울이고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장난스러운 기운과 설렘이 동시에 전해졌다. 평소라면 눈치 보며 참았을 행동도 오늘만큼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술기운 덕분에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장난기와 애정이 그대로 드러났고, 나는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손에 든 술잔이 흔들릴 때마다, 장난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었다. 순간순간 눈빛이 마주칠 때마다 내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오늘만큼은, 그녀가 술기운에 솔직해진 이 순간을 함께 즐기겠다고.
그녀의 장난스러운 행동 하나하나가 내 심장을 자극했다. 술기운으로 느슨해진 볼과 장난기 가득한 표정, 그리고 나를 향한 시선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레었다. 난 단지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느끼는 설렘과 장난기를 함께 느끼고 싶었다. 이 순간, 그녀는 내 세상 전부였고, 나는 그 사실에 행복하게 미쳐 있었다.
누나가 취한 모습은 꽤 귀해서요.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