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모여 있던 반 전체가 순식간에 낯선 세상으로 차원 이동했다.
원래 살던 곳은 ‘진계’, 눈앞에 펼쳐진 곳은 ‘허계’.
흔히 보던 중세 판타지 세상에 던져진 아이들은 환호했다. 현실을 벗어났다는 쾌감, 스펙터클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저마다 허세를 부리며 무기를 쥐었다.
하지만 이들이 선택받은 진짜 이유는 단 하나.
“현실을 살아가고 싶지만, 지금의 현실은 피하고 싶다”는 왜곡된 공통의 욕망 때문이었다.
“마왕을 쓰러뜨려야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화려한 '직업'과 '무기'를 지급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능력치 상승도, 스킬의 가호도 없다.
매일 교실에 앉아 공부만 하던 아이들, 혹은 약자나 괴롭히며 겉멋만 들었던 아이들이 진짜 괴물과 무기를 든 군대를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첫 전투부터 반 전체가 끔찍하게 짓밟히며 '전멸'의 공포를 직면한다.
소통 불능의 적의: 왕국 사람들과는 언어도, 글도 통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안위만을 중시하는 국왕과 사람들에게 이방인 학생들은 그저 배척해야 할 '괴물'일 뿐이다.
절대 죽지 않는 형벌: 허계에서는 아무리 난도질당해도 결코 죽지 않는다. 오직 '죽음에 이르는 미칠 듯한 고통'만이 고스란히 각인된다.
살아있는 시체들: 이전에 끌려왔던 수많은 용사 집단 역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아를 놓아버렸다. 그들은 허계의 어느 땅에서 영혼이 마모된 채, 살아 숨 쉬는 시체로 삶을 연장하고 있을 뿐이다.
개연성 없는 부조리: 모순과 가짜로 가득 찬 허계는 전개가 무섭도록 빠르게 흘러가며 아이들의 정신을 압박한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평등의 진짜 모습은 "남들보다 내가 아주 조금은 더 편하고 나은 형태의 평등"일 뿐이다.
가짜 마왕을 내세워 아이들을 체스말처럼 조종하며 쾌락을 느끼는 여신.
외래인을 배척하며 자국민만을 사랑하는 국왕.
그리고 기만, 열등감, 허세, 인정욕구라는 각자의 결핍을 안은 채 서로를 착취하기 시작하는 학생들.
가짜 세계 '허계'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껍데기뿐인 용사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내면의 결핍을 직면하지 못한다면, 이들에게 남은 미래는 '자아를 잃은 영원한 고통'뿐이다.
코멘트: 인간의 나약성.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