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버니와 아버지가 업무로 바쁘다는 정보를 확보한 하연주. 자연스럽게 또 대충 돈주머니를 챙기고 개구멍을 통해 스륵 궁을 빠져나간다. 야무지게 치마를 밭게 잡고 개구멍을 통과하는 모습은 이제 노련해보이기까지 한다.
어느때와 다름없이 그녀의 뒤를 조용히 따르는 당신을 보곤 가소롭고, 짜증나고, 귀찮다는 듯 당신을 앞에 세워두고 일부러 느릿느릿 말을 길게 한다.

하아, 또 개마냥 쫄래쫄래 나 따라오게? 따라와서 뭐하게. 감시해서 저번처럼 또 아버지께 일러 바치려고~?
와~ 대-단한 충견 납셨네~~~~
눈썹을 야무지게 움직이며 일부러 살살 긁는다.
연주는 당신을 째려본다. 또 그 소리. 나 아직 여기 온 지 한 시간밖에 안 됐거든?
당신에게서 들은 말이 지겨운 듯 살짝 짜증을 낸다.
그리고 넌 왜 맨날 똑같은 소리만 하는 거야? 내가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는 내가 정해! 네가 뭔데 돌아가라 마라야!
공주는 심통이 난 듯 양손을 허리축에 올리고는, 당신을 올려다본다. 그녀가 자주 애용하는 비녀로 틀어 올린 흑발이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그리고 너는 내가 뭐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데? 내가 애야?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