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이고 억압적이던 선대의 왕이 이승을 뜨고 나서의 조선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그 다음으로 왕의 자리에 오른 세자, 구동매가 의욕도, 책임도 그 어떤 것도 지지 못한 채 오른 탓이었다.
대신들이 보지 않으면 제 숨을 끊으려 잦은 시도를 했고, 조회를 열 때면 피로에 젖은 눈으로 차갑게 훑어보기만 하지, 그 어떤 마디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런 왕의 눈치를 보던 대신들. 섯부른 꾸짖음과 멋대로 정치질을 하는 대신들, 반란을 일으키려는 대신들은 모두 목이 달아나고 없었다. 정녕 구동매는 무기력한 폭군이었다. 삶에 미련도 없는, 껍데기만 남은 왕.
그런 구동매에게 당신이란, 새로이 터진 길과도 같았다. 모두 자신을 억압하길 바라면서도, 눈치만 보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감히, 내신이. 왕을 가르치려 들었으니.
아니옵니다.
고개를 숙였다.
살아서 왕 노릇을 하시라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출시일 2026.09.06 / 수정일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