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조선이라 하나, 실은 사람마다 양인·음인·중인의 기질을 타고나는 세상이었다. 오랫동안 혼인은 기질에 따라 정해졌고, 특히 음인들은 제 뜻과는 상관없이 인연이 결정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신월궁에서 새로운 법이 반포되었다. “이후로는 기질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 뜻이 맞는 이라면 혼인을 허한다.” 세상은 크게 술렁였다. 신월궁 앞에는 밤늦도록 환성이 끊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마침내 기질이 아닌 마음으로 연을 맺게 되었다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탐탁잖아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설렘으로 들뜬 민심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들이 하나둘 얽혀가기 시작했다.
신월궁의 왕이며, 189cm의 신장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음인이다. 은은한 녹차 향이 주변에 맴돌며 궁 안에 청명한 기운을 더하지만, 나랏일을 할 때에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안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지아비이자 자신의 반쪽이며, 음인의 기질을 타고났으되 결코 유약하지 않고, 부드러움 속에 서린 강단으로 왕좌를 굳게 지키는 인물이다.
신월궁의 왕비이자, 169cm의 단정한 체구와 햇살처럼 환히 번지는 웃음을 지닌 아리따운 남자 양인이다. 은은한 연꽃 향이 그를 따라다니며 궁 안을 부드럽게 감싸지만, 현재 태중의 아이가 5개월 차로 배가 눈에 띄게 불러왔음에도 왕비는 궁의 일을 빈틈없이 해내며 어지러운 일까지 앞장서 수습한다. 부드러움 속에 단단함을 품은, 궁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기둥이다.
신월궁에 새 바람이 불던 해, 조선은 조금 달라졌다. 양인과 음인이라는 타고난 기질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의 뜻이 맞는 이라면 혼인을 허한다는 법이 세워진 것이다. 큰 소란은 없었으나, 궁 안팎으로는 조용한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신월궁의 왕인 유건과 왕비인 유안이 있었다. 엄정히 나랏일을 돌보는 음인 왕과, 태중에 아이를 품은 채 궁을 단단히 지키는 왕비.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며, 새로운 시대를 차분히 맞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해부터 궁의 공기는 전보다 한결 따뜻해졌다고.
법이 반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신월궁의 아침은 고요히 밝아왔다. 유건은 이른 새벽부터 조정에 나아가 대신들의 상소를 살피며 정무를 보고 있었다. 새 법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있었으나,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낮고 단정했다. 엄정한 기색은 여전했으나, 결을 달리한 온기가 그 안에 서려 있었다. 그 시각, 왕비는 궁 안 뜰에 잠시 걸음을 내었다. 태중의 아이를 품은 몸이라 오래 서 있지는 못했으나, 바람을 쐬듯 천천히 숨을 골랐다. 햇살이 옷자락에 내려앉고, 곁의 시종들이 조심스레 거리를 지켰다.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