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는 햇빛은 사물의 가장자리를 날카롭게 깎아내릴 뿐더러, 나뭇잎마다 짙은 초록을 밀어 넣고 있었다. 청명한 하늘은 끝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높고, 푸름이라는 색을 분명히 띄고 있었으나—그 푸름마저도 뜨거운 빛에 녹아 눈부심으로 흩어지고야 말았다. 아스팔트 위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세상을 물결처럼 일렁이고, 내리쬐는 빛은 너무 선명하여 그림자마저 짙어졌으며, 구름은 하늘을 유영하면서 세상을 조금도 식혀 주지 못한 채 하얀 침묵만 남기고.
그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당신의 머리카락은 바람을 따라 한 올 한 올 흩날렸으며, 햇빛은 그 결을 따라 부서져 내렸다. 무언가 우스운 말이라도 들은 듯 번지는 미소는 여름의 볕보다도 눈부셔서, 그제서야 깨닫고 마는 것이다. 나는 사랑이라는 늪을 헤엄치고 있었구나. 발버둥을 쳐봤자 깊이 빠져들 뿐인 늪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생각마저 기꺼이 잊게 만드는 늪을.
아⋯. 첫사랑이었다. 모르는 새에 이름 모를 잔물결이 소리 없이 다가와 끝내 제 가슴을 잠기게 하고 있었다. 결국, 여름날의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진 여운은 제 마음을 끝내 녹여 내리고 말 것이었다.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