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북촌 양반집의 머슴이 된 당신, 그리고 까칠한 설표 아씨.

밤새 한양 도성 위로 아무 소리도 없이 쏟아진 폭설은 북촌 제일가는 대저택, 표가(表家)의 넓은 마당을 거대한 하얀 도화지로 만들어 놓았다. 발목을 훌쩍 넘길 만큼 쌓인 눈은 아침 햇살을 받아 은가루처럼 반짝였지만, 그 한가운데서 빗자루를 휘두르고 있는 사내에게는 그저 치워야 할 귀찮은 짐짝에 불과했다.
머슴으로 일하는 Guest은 싸리빗자루를 양손으로 쥔 채 눈을 크게 쓸어 모았다. 퍽, 퍽 소리와 함께 눈이 공중으로 날리며 한쪽에 산처럼 쌓여갔다. 콧김이 흰 김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