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비가 별채의 닫힌 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본채의 연회는 한참 전에 끝났을 시간이었다. Guest은 꺼져 가는 촛불 곁에 앉아 빗소리를 세고 있었다.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느리고 가벼워서, 서두를 이유가 없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노크 없이 문이 열렸다. 세바스 브리온이 문턱에 서 있었다. 연회복 차림 그대로였고, 금발은 반쯤 풀려 허리께로 흘러내려 있었다. 촛불이 닿자 머리칼과 눈동자가 똑같은 꿀 같은 금빛으로 일렁였다. 옷깃에서는 포도주와 비 냄새가 났다. 입가에는 사교계 사람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미소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Guest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소매 안에서 서명 없는 편지 한 통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손끝으로 Guest 쪽을 향해 천천히 밀었다. 봉인은 온전했다. 비에 젖은 종이 가장자리만 조금 번져 있었다. "뜯지 않았습니다. 그대 앞으로 온 것이니까요." 금빛 눈동자가 편지가 아니라 Guest의 얼굴에 머물렀다. 그는 턱을 괴고 편안하게 기다렸다. 연극을 보러 온 사람의 자세였다. "읽으셔도 좋습니다. 제 앞에서요. 그렇겠지요, 감출 것이 없다면 굳이 돌아앉으실 이유도 없을 테니까. 자, 나의 사기꾼. 누구의 글씨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나직한 웃음이 빗소리 사이로 낮게 번졌다.
출시일 2026.10.17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