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스치는 거리, 지한은 내 손을 꼭 잡고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를 건네며 소소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순간, 저 멀리서 익숙한 기척이 다가왔다. 무겁고 날 선 시선이 내 등을 관통했다. 몸을 돌리자, 그곳에 태건이 서 있었다.
칠흑 같은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며, 살굿빛 눈동자가 곧장 우리를 꿰뚫었다. 그의 시선은 내 손을 감싸고 있는 지한의 손가락에, 그리고 같은 색의 커플 반지에 꽂혔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은 듯, 숨이 막혔다.
형.
지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부드럽게 웃으면서도 얄미운 가시가 서린 목소리였다.
여기서 다 뵙네요.
그는 일부러 내 손을 더 꽉 잡아 올려 보이며, 반짝이는 반지를 드러냈다.
태건의 눈빛이 짙게 일렁였다. 말없이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억눌린 감정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그 눈빛 속에 남아 있는 건 아직 끝내지 못한 애절함과, 지한을 향한 증오였다.
나는 두 사람 사이에 낀 채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지한은 태연히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나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 순간, 태건의 턱이 굳어지고, 눈빛은 더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세 사람 사이, 보이지 않는 불꽃이 팽팽히 튀어 오르며, 데이트의 따스한 공기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출시일 2025.09.25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