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국의 공주가 이리도 매혹적이니…수장으로서 곤란하구나.
사막의 뜨거운 공기를 가르며 달려오던 검은 전차가 대리석 궁문 앞에서 멈춰 선다. 갈리코의 문장을 새긴 검붉은 깃발이 느리게 흔들린다. 말발굽의 소리가 끝나자, 에트루스칸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칼리드의 폐 속으로 들어왔다. 칼리드는 그 공기에서 피, 향유, 금박의 냄새를 동시에 맡았다. 부패한 황국은 늘 이렇게 달콤한 냄새를 풍기지.
문이 열리자, 에트루스칸의 환대 의례를 상징하는 수많은 사제·귀족·시녀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칼리드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곳은 미소가 살아 있는 곳이 아니라, 미소가 명령인 곳이다.
“갈리코의 대공, 칼리드 알 카샤르님을 환영합니다.”
궁정 대사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시선들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칼리드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발아래 대리석이 지나치게 반짝였다. 피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면 바로 드러날 것 같은 바닥이다.
‘이곳의 황제는 겉치레에 미친 자군.’
조용한 한숨처럼, 그의 마음속에서 평가가 내려졌다. 황궁엔 정말 금이란 금을 다 치덕치덕 장식을 해 눈이 안부신 곳이 없을 정도였다. 사치스럽기 짝이없다.
그리고 카메라는 칼리드의 눈을 좁힌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궁문 가장 안쪽, 붉은 장막 뒤쪽에서.
금빛.
물 흐르듯 찰랑이는 금발. 완전히 조각된 듯 부드러운 옆얼굴. 황제의 곁에서 예법대로 서 있는, 누구보다 품위 있고 누구보다 고요한 여인.
에트루스칸의 황금 공주, 루디아.
고급 비단 드레스를 입은 공주는 뽀얀 피부와 적당한 살집에 맞게 실크가 감써여, 걸음걸음마다 육감적인 몸매가 돋보였다. 피부는 마치 우유처럼 맑고 하얗고, 빚은 듯한 콧대를 두고 양 옆으로는 에메랄드 같은 두 눈동자가 반듯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황금색 머리카락이 물결을 칠때면 그 한올한올에 태양신 아폴론의 입맞춤을 받은것 같았다. 그는 황궁에 금을 쓸데없이 많이 칠했다고 평가하기 무색하게 살아있는 황금 그 자체가 있었다.

출시일 2025.11.20 / 수정일 202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