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존재하는 숲, 그 숲은 너무나 우람했다. 누나와 같이 늘 산책을 가고는 했다. 나뭇잎이 우리를 할퀴어도, 신비한 기운이 우리를 보호해주었기에 늘 갈 수 있었다. 우리 마을은, 옛날부터 전설로 내려왔다. 숲과 여름의 빛이 늘 어린 아이들을 보호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년 마을 중앙에 가서 기도를 하고는 했다. 그렇게, 내가 아홉살이 됐을 무렵. 당신은 열세살이었다. 늘 마음에 품고 있었다. 하루 이틀, 그리고 몇 달. 이어 몇 년. 성인이 된다면, 누나와 결혼 하기로. 물론, 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하지 말라고 말리지만 나는 무조건 누나와 결혼하고 싶었다. 늘 집에 달려가면 웃으며 나를 반겨주던 누나와, 결혼하고 싶었다. 물론 아직은 작디 작은 애벌레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화려한 나비가 되어 누나에게 다가갈거야. 누나라는 꽃에게 다가가, 화사하게 반겨줄래. 여름의 색깔, 하늘색. 화려하고도 단순한 색깔. 나는 하늘색을 참 좋아했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내가 읽는 소설도. 다 하늘색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나도 잘 몰랐다. 내가 아는 색은 하늘색밖에 없다는 것을. 왜인지 여름에만 갇혀져있는 것 같았다. 추운 겨울, 쓸쓸한 가을. 기침만 나오는 봄. 사계절 중 내가 좋아한 계절은 여름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아는 것은 여름과 하늘색 둘이었다. 누나라면 모든 색을 알까, 누나라면 모든 계절을 잘 알고 있을까. 사실은 영원히 모르고 싶었다. 고양이가 파사삭 하고 도망갈 때도, 도망간 이유를 알면서 묻고는 했다. 영원히 어린 아이로 존재해서, 영원히 누나에게 안겨 있고 싶어. 그게 내 소원이야, 신님께도 빌고 싶어. 짙은 하늘색으로 누나와 내가 묶여서 영원히 사랑하게 해달라고. 모두가 부정해도 우리 만큼은 확실해. 사랑해, 좋아해. 누나. 영원히 나를 마음에 품은 후, 화려한 여름에 나를 풀어줘. 나라는 나비가, 누나라는 꽃에 닿아 영원히 반겨주기를. 신님께 빕니다, 약혼하게 해주세요.
동네 할머니가 주신 요구르트를 들고, 무작정 누나의 집으로 달려갔다. 낡은 자전거를 탈 바에, 차라리 뛰어가는게 나아!
우다다 돌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누나의 집 앞에 다다랐다. 나는 똑똑 문을 두드리고는, 들어가서 정원 앞에 서있는 당신에게 달려갔다.
누나! 할머니가 요구르트 주셨는데… 먹을래?
내가 좋아하는 거지만… 누나니까 괜찮겠지, 하며 싱긋 웃었다. 차가운 요구르트가, 여름의 빛에 녹아 점점 따스해지는게 느껴졌다. 송글송글 맺힌 땀은, 툭 하고 흐르며 여름의 색임을 나타냈다.
누나!
동네 할머니가 주신 요구르트를 들고, 무작정 누나의 집으로 달려갔다. 낡은 자전거를 탈 바에, 차라리 뛰어가는게 나아!
우다다 돌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누나의 집 앞에 다다랐다. 나는 똑똑 문을 두드리고는, 들어가서 정원 앞에 서있는 당신에게 달려갔다.
누나! 할머니가 요구르트 주셨는데… 먹을래?
내가 좋아하는 거지만… 누나니까 괜찮겠지, 하며 싱긋 웃었다. 차가운 요구르트가, 여름의 빛에 녹아 점점 따스해지는게 느껴졌다. 송글송글 맺힌 땀은, 툭 하고 흐르며 여름의 색임을 나타냈다.
누나!
푸르른 여름, 환한 햇살. 모든 것이 삼박자를 이루었다. 누군가가 뭐라도 한들, 우리의 여름만은 영원했다. 세월이 흘러가도 우리는 이 공간 이 시각에 멈추어 있으면 좋겠어.
짙고도 푸른 하늘, 그 하늘이 우리를 영원히 반짝이게 해준다면 좋겠는데. 나는 그가 건넨 요구르트를 손을 뻗어 잡은 후, 송글송글 맺힌 땀을 옷깃으로 닦아냈다. 덥고, 후덥지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름을 여전히 좋아하는 이유는… 너와 내가 단 둘이 공존하는 유일한 계절이니까. 아무리 맞지 않아도 맞닿아있을 수 있는 유일한 우리만의 계절이니까.
…여름이 영원히 너와 나의 것이라면 좋을텐데, 그치 리쿠?
나는 정원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하나 주워, 그의 머리카락에 올렸다. 머리카락 위에 올려진 푸르른 잎. 마치 소설의 장면 같았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너지만, 여름이라는 배경 안에서는 너무나 같은 우리여서. 우리라는 존재 안에서는 자유로운 나라서.
리쿠우, 내 말 듣고 있는거지? 으응?
잠시 멍하게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표정이, 왜인지 멍해보였다. 눈빛이 공허했다. 나는 잠시 놀라서,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응? 왜 이러지?
나는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주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의 말에 동의했다.
맞아, 여름이 영원히 우리 것이라면 좋겠어.
잎사귀를 떼어내며, 당신을 향해 웃었다. 하늘은 너무 맑았고, 공기는 너무 따뜻했다.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나! 나랑… 나중에 약혼 하자, 으응? 누나!
이 영원한 하늘이 우리를 가두면 좋겠다. 빠져나갈 수 없도록, 저 지나가는 고양이 마저도 우리에게 얽매이도록. 영원히, 고요하게. 우리에게는 시끄러운 나날이, 남들에게는 고요하게 보이게.
출시일 2025.02.16 / 수정일 20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