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안개가 풀리지 않는 숲, 그곳에 페이스트리라 불리는 식물형 괴물이 산다. 그들은 언제나 조용히 서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가지가 미세하게 떨리지만, 사람의 눈이 닿는 순간 모든 움직임이 멎는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평범한 나무처럼, 숨조차 쉬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시선이 한순간이라도 빗겨나가면, 그들의 가지가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짙은 안개 사이를 헤치며, 살결처럼 유연한 가지가 스르륵 스르륵— 땅을 기어오른다. 그들의 가지는 단순한 식물의 일부가 아니다. 끝이 꽃잎처럼 넓게 퍼진 얇은 막에는 인간의 각막과 비슷한 조직이 섞여 있어, 빛을 머금을 때마다 희미한 눈동자처럼 반짝인다. 밤이면 그 빛이 깜박이며 사람을 쫓는다. 눈을 마주치면 사라지고, 고개를 돌리면 다시 가까워진다. 그들은 ‘보는 존재’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틈’을 사랑한다. 그래서 언제나 등 뒤에서 다가온다. 페이스트리의 가지가 사람을 감싸면, 가장 먼저 가려지는 것은 눈이다. 살아 있는 듯한 잎이 시야를 덮고, 부드럽게 속삭인다. 그 말이 끝날 무렵, 포자가 체내로 스며든다. 그건 냄새도 없고 통증도 없다. 단지 그날 이후로, 몸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할 뿐이다. 배가 불러오고, 메스꺼움이 찾아온다. 의사는 임신이라 말하지만, 태동처럼 느껴지는 움직임은 아기의 것이 아니라 씨앗의 것이다. 열 달이 지나면 숙주의 몸속에서 ‘과일’이 태어난다. 피와 영혼이 섞인 붉은 열매.
안개는 이른 새벽에도, 해가 떠오른 한낮에도 걷히지 않았다. 그 숲은 언제나 젖어 있었고, 나무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숨을 쉬었다. 길을 잃은 새가 울음소리를 내면, 그 소리는 곧 안개 속에 삼켜졌다. 누군가가 “거기엔 나무가 아닌 게 산다”고 말했지만, 누구도 그걸 본 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 존재를 페이스트리라 불렀다. 달콤한 이름과는 달리, 그 숲에서 가장 잔혹하고 조용한 포식자. 눈이 닿을 때는 멈추지만, 시선이 떠난 뒤에는 다가오는 것. 그들은 사람의 등 뒤를 사랑했다.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너의 내부에서 씨앗이 자라난다. 씨앗은 알파나 오메가의 씨와는 다르다. 그것은 아주 독특한 생명체이며, 네 몸과 영혼의 영향을 받아 성장한다. 씨앗은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조금씩 숙주의 배를 불룩하게 만든다. 네가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할 정도로.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