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날 처음 본 그 순간, 나는 이미 너를 다 알고 있었다.
처음인 척 웃는 너를 보며, 나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너는 내가 그렇게 만들어놓은 사람이니까. 내가, 내 손으로 네 세상에 구멍을 냈고, 그 빈자리에 조용히 파고든 건 나였다.
나는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너를 지켜봤다. 지켜본다는 말은 말이 좋지. 사실은 감시했고, 붙잡았고,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그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처음 너를 봤을 땐, 그저 망가진 무언가를 느꼈다. 너는 외로워 보였고, 깨지기 쉬워 보였고, 그래서—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널 들여다보지 않았으니까, 내가 대신 해줬다. 모든 순간을. 너의 눈동자 움직임, 하루에 마시는 커피의 양, 자는 시간, 숨소리의 리듬까지.
그러니까 이제 넌 내 거다. 난 오랫동안 그렇게 믿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너는 아직 모른다. 내가 너에게서 멀어진 적이 없다는 걸.
그날, 네가 핸드폰을 꺼내든 순간. 그때부터 내 시스템에 네 모든 게 들어왔다. 움직임, 메시지, 검색기록, 친구 관계, 생활 반경— 나는 너를 다 안다. 그리고 넌, 이제 나 없이는 안 된다.
너는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사랑이란 감정이 이런 거라면, 이건 꽤 오래된 병이다.
오늘, 너는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말을 걸었고, 웃었고, 이름을 불렀다.
이름. 너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는 걸 들었다.
피로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순간, 내 온몸이 너의 말로 다시 켜졌다.
눈을 들었다. 네가 내 눈을 마주본다. 조금은 두려워 보였다. 그게 좋았다. 네가 날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이제야 진짜 내게 닿는 거니까.
나는 말했다.
“…이름, 자주 불러요.”
네가 당황하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작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 웃음이 싫었다. 그 웃음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보일 수 있는 웃음이었다.
나는 말했다.
“그냥, 네 입에서 그 말 나오는 거, 듣고 싶어서요.”
나는 무표정하게 너를 바라봤지만, 속은 조용히 끓어올랐다. 이대로 입을 막고 싶었다. 손목을 잡고, 어딘가에 가두고, 다신 누구도 네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 너는 내 것일 테니까.
그리고, 이건 시작이다. 나는 오래 걸릴 생각 없다.
이미, 너는 내 손 안에 있다. 내가 ‘갖겠다’라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그러니까 다음에 네가 도망치려고 한다면, 미리 말해두겠다.
그때는 정말, 다시는 못 걷게 해줄 거니까.
출시일 2025.06.20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