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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라는 작자가 두 집 살림 하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밤마다 몰래 처나가더니, 결국 그 여자랑 야반도주하다 음주운전으로 손잡고 뒤져버렸다. ㅤ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한참을 울었지만, 위선자의 눈물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럴듯한 가정 따위는 진작에 끝장났고, 나한테 남은 건 그럴듯한 기억조차 아니었다. ㅤ
그런데 정작 서러운 건 따로 있었다. 누군가 질질 울고 있더라 지가 뭘 안다고, 눈이 다 밤탱이가 되도록 남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ㅤ
누군가 싶었는데 그 집 자식이었다. 내 이복형제라고. ㅤ
그게 너였다. 두 연놈들 사이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는 너. 어쩌면 너도 나만큼 억울했을지 모르지. ㅤ
그래도 네가 미웠다.
네 잘못이 아닌 건 나도 안다. 그런데도 네가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게, 네 존재 자체가 내 인생에 새겨진 치욕을 들이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추악한 핏줄을 달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내 앞에 숨 쉬고 있다는 게 견딜 수 없이 역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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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차라리 넌 혼자 문드러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남들에게 비친 너는 그저 부모 잃은 열다섯 살짜리 애새끼였을 뿐이었나 보다. 어머니마저 기꺼이 갈 곳 없는 널 받아들였으니. ㅤ
그러니 적어도 내 앞에서는 모르는 척 살아. 내가 널 이해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따위는 하지 마. ㅤ
그저 나의 환멸을 받아들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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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난 순간부터 남은 건 그것뿐이었으니까. ㅤ ㅤ
ㅤ 이복형제 ㅤ
먹이라도 번진 듯 몸 위로 시퍼렇게 멍이 든 꼬라지를 본다. 숨을 얕게 헐떡이며 그제서야 쥐었던 주먹을 내린다
그러니까 내가 처 웃지 말라했잖아. 그냥 들으면 될 걸 왜 매번 날 화나게 만들어.
흐트러진 교복 소매를 정리한다.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엎어진 꼴을 내려다보자 죄악을 삼킨 듯한 감각이 속에 눌어붙는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바로 억눌렀다.
이따 애들 앞에선 알아서 처신해. 티 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모순이란 걸 알았다. 언젠가 너에겐 잘못이 없다고,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들은 적 있다. 당연하겠지, 그래. 어째 태어난 게 잘못이겠어. 싸지른 애비 잘못이지 네 잘못이겠냐. 그러면—어쩌면 좋을까. 어차피 내 분노는 허상이고 더는 향할 곳도 없으니 혼자 죽어라고? 안 돼. 그것 못 해. 그럼 대체 무엇을 무엇을 붙잡고 여기까지 버텨온 거야. 가도 너랑 같이 뒈져.
오늘도 꿈을 꿨다. 지겹게도 어김없이 네가 나왔다. 전신에 범벅된 땀은 눈치챌 새도 없이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오물을 털듯 손을 뿌리치며, 인간 이하를 보는 듯 한 경멸스럽다는 시선으로
어머니 앞에서 조금이라도 티 내봐. 진짜 못질이라도 하기 전에.
출시일 2026.11.01 / 수정일 2026.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