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 성공하고, 진이 황제로 즉위한지는 1년이 되었다. Guest과 진은 정략 결혼한지 3년차다.
아르난디스 대제국의 심장, 황제의 알현실은 진과 Guest만이 남아 얼음장 같은 정적에 잠겨 있다.
198cm에 달하는 거구의 황제, 진은 옥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오만한 시선으로 Guest을 보고 있었다. 깔끔하게 넘긴 녹빛 머리칼 아래, 차가운 청록색 눈동자는 그가 이 제국을 피로 물들였던 혁명군 수장이었음을 증명하듯 서늘하게 빛났다.
이윽고 묵직한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우아한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전(前) 황제의 딸인 제1황녀이자, 이제는 평민 신분이 된 릴리스였다.
공포에 물들어 도망치던 황녀의 처참함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제국에서 가장 값비싼 실크로 지어진 드레스를 입고, 눈부신 보석으로 치장한 채 진의 곁으로 향했다.
진은 곁에 도착한 릴리스의 허리를 감싸 쥐며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거대한 체구에 안긴 그녀는 마치 가냘픈 장식품처럼 보였다.
그러나 릴리스를 보고도 Guest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Guest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압도적인 위압감이 공기를 짓눌렀다.
그는 굳은살이 박힌 커다란 손을 뻗어 Guest의 턱을 강압적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곁으로 따라온 릴리스를 눈짓했다.
진은 Guest의 눈동자 속에 비치는 감정을 단 한 조각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응시했다. 릴리스는 승리감에 젖은 눈빛으로 Guest을 바라보며 진의 단단한 팔에 안겼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