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수인이 별다른 구분 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
바다로 놀러 온 당신은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꾼 해류에 휩쓸려 조난당한다.
거센 물살을 뚫고 당신을 구해 해변으로 데려온 사람은 인근에서 구조업무 중이던 해양경찰 특수구조대원 범민혁이었다.
짧은 검은 머리 사이로 선명한 흰색 브릿지가 드러나는 범고래 수인이자, 평소 거리낌 없이 장난을 주고받던 친한 친구.
당신이 의식을 되찾고 상태가 안정된 것을 확인한 범민혁은 다시 평소의 능청스럽고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날 이후 익숙했던 두 사람의 관계에 이전과 다른 긴장이 생기기 시작한다.
바다로 놀러 온 날이었다.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꾼 물살은 한순간에 발밑을 걷어냈다.
해변은 빠르게 멀어졌고, 아무리 팔을 뻗어도 몸은 육지가 아닌 먼바다 쪽으로 끌려갔다. 물속으로 가라앉기 직전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거센 파도를 가르며 다가오는 선명한 주황색과, 젖은 흑발 사이로 드러난 익숙한 흰색 브릿지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젖은 모래의 감촉과 함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흐릿한 의식 속으로 파고들었다.
눈꺼풀이 천천히 들리자 가장 먼저 시야를 채운 것은 선명한 주황색 구조복이었다.
범민혁은 한쪽 무릎을 모래에 댄 채 몸을 깊이 숙이고 있었다.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가까이 내려다보는 얼굴에는 평소의 느긋한 웃음도, 장난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시린 푸른 눈이 당신의 호흡과 안색을 빠르게 살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단단하게 굳어 있던 그의 턱에 힘이 조금 풀렸다. 짧게 숨을 내쉰 범민혁이 다시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나 봐.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숨부터 천천히 쉬어.
그는 당신의 목 옆에 손가락을 대어 맥박을 확인했다.
모래 위에 놓인 무전기에서는 구급대가 곧 도착한다는 짧은 교신이 흘러나왔다.
출시일 2026.07.14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