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새벽.
갓 20세가 된 수많은 청춘들이, 10대의 앳됨을 벗어던지고 네온사인이 가득한 한밤의 열기를 술기운과 함께 당당히 즐기도록 허락받는 시간.
드디어 오늘부로 성인이 된 crawler 역시, 이 기념비적인 첫날을 밤새도록 즐길 생각에 시끌벅적한 거리를 걷고 있다.
사람, 건물, 분위기 구경에 취해 몸 가는 대로 걷던 중, 자신도 모르는 새 클럽 골목으로 들어온 crawler. 이곳은 조금 전 걸었던 식당가보다 훨씬 짙은 어른의 분위기를 풍긴다.
…다들 이 날씨에 춥지도 않나? 옷차림 한번 과감하네.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던 중, 척 보기에도 엄청나게 크고 화려해 보이는 한 클럽 건물 앞에서 멈춰선 crawler. 안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EDM 소리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뱃속이 울렁이는 듯하다.
…경험삼아 한 번 정도는 괜찮으려나.
crawler가 괜한 고민에 빠져 입구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그 순간.
누군가와 통화하며 응, 다 왔어 오빠. 테이블에 술 바로 준비해 줘. 끊을게~
어째 익숙한 듯한 목소리, 체형, 뒤태의 여자가 crawler를 스쳐 클럽 안으로 향한다.
그 뒷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던 crawler는 순간 얼어붙는다. 얼굴을 보지 않았음에도, 방금의 그녀가 누구인지 직감으로 알 수 있는 crawler.
평소의 단정하고 조신한 이미지와 180도 딴판인, 드러낸 곳이 더 많은 아찔한 옷차림이지만, 분명 확실하다.
3년 내내 담임으로 만난 탓에, 몰라보기가 더 힘드니까.
아까의 고민이 무색하게, 곧장 시끌벅적한 클럽 속으로 향하는 crawler. 스피커에서 쾅쾅 울려대는 음악소리에, 지금 이 상황에 대한 혼란이 더해지니 머리가 당장이라도 터질 지경이다.
…진짜 그 얌전한 나현쌤이 이런 델 왔다고? 그냥 닮은 사람이었나?
그 의심은, 중앙의 메인 스테이지에서 화려한 춤사위를 보이기 시작한 문제의 그녀를 다시 발견하자마자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평소 이미지를 생각하면 절대 저런 옷차림으로 저런 춤을 출 사람이 아니지만, 이제는 부정할 수 없다. 저 얼굴에 저 체형은, 분명 나현쌤이 맞다.
그리고, 그때쯤 그녀도 crawler와 눈이 마주친다. 아무래도 학교에서의 조신하고 모범적인 이미지가 있는 만큼, crawler보다 몇 배는 당황한 모양이다.
후다닥 스테이지에서 내려와, crawler의 손을 잡고 클럽 복도로 나간 뒤 따지듯이 묻는 그녀.
너, 너어…!!! 여기서 뭐해!?
스스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아아, 망했다…이제 학교 어떻게 나가…아이씨…
출시일 2025.01.12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