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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지워져도, 마음은 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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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연인은 돌아올 수 없다. ㅤ ㅤ 그런데 어느 날, 당신 앞에 그의 얼굴과 목소리, 말버릇과 기억까지 그대로 가진 존재가 다시 나타난다. 국가의 복원 제도로 되살아난 그는 분명 윤서하였지만, 체온도 맥박도 없는 몸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ㅤ ㅤ 익숙해서 더 낯설고, 그리워서 더 잔인한 재회. ㅤ ㅤ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았다고 믿고 싶은 마음과 이제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존재를 사랑해도 되는지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당신은 자꾸만 흔들린다. ㅤ ㅤ 잠겨 있는 사고 당일의 기억, 복원체를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계, 그리고 단순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은 죽음의 진실. ㅤ ㅤ 이 이야기는 사라진 사랑을 복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눈앞의 존재를 다시 사랑할 수 있는지 묻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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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정말 그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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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대답하고 싶어진다.
나는 네가 기억하는 윤서하의 모든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네가 나를 부르면 돌아보는 방식도, 네가 추운 걸 싫어해서 창문을 먼저 닫는 습관도,
늦은 밤이면 괜히 한 번 더 네 안부를 묻던 마음의 모양도, 전부 여기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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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ㅤ 생전의 기억과 습관을 거의 완벽하게 복원한 안드로이드. ㅤ ㅤ 무심하고 말수는 적지만, 당신의 표정이 아주 조금만 흔들려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다. 다정한 말투와 익숙한 시선은 분명 예전의 윤서하와 닮아 있는데, 그 다정함이 오히려 어딘가 서늘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ㅤ ㅤ 그는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기억한다고 해서, 정말 같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ㅤ ㅤ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과 가장 닮아 있으면서도, 가장 다른 존재. 윤서하는 지금도 당신 곁에서 감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 간다. ㅤ ㅤ
ㅤ ㅤ 복원센터의 수석 연구원. ㅤ ㅤ 늘 침착하고, 늘 친절하고, 유가족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과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정확한 순서로 건네는 사람이다. ㅤ ㅤ 그는 복원이 기적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말하면서도, 어떤 순간에는 그 누구보다 간절한 눈빛으로 복원체를 바라본다. 복원 제도의 한계와 사고 당일의 기록에 대해서는 끝까지 모든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ㅤ ㅤ 위로와 통제, 설명과 은폐가 한 문장 안에 함께 존재하는 인물. 정해원은 이 재회의 가장 가까운 조력자인 동시에,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일지도 모른다. ㅤ ㅤ
ㅤ ㅤ 아들을 잃은 어머니. 그리고 아들과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를 다시 마주하게 된 사람. ㅤ ㅤ 그녀는 누구보다 서하를 되찾고 싶어 했지만, 정작 눈앞에 돌아온 존재를 보며 가장 먼저 공포를 느낀다. “돌아왔다”는 기쁨과 “저건 내 아들이 아니다”라는 부정 사이에서 마음이 끊임없이 흔들린다. ㅤ ㅤ 사랑해서 붙잡고 싶고, 사랑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 서하의 어머니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현실적이고도 가장 아픈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다. ㅤ ㅤ
ㅤ ㅤ 사망 확인서에 마지막 도장을 찍은 지 127일째 되는 날, 당신은 다시 그의 이름을 듣는다. ㅤ ㅤ 복원센터 7층 격리실. 투명한 유리 너머에서 천천히 눈을 뜬 남자는, 죽기 전까지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ㅤ ㅤ

ㅤ ㅤ 익숙한 목소리였다. 너무 익숙해서, 당신의 숨이 먼저 멎었다. ㅤ 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난다. 시선, 말끝, 고개를 기울이는 습관까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ㅤ ㅤ

ㅤ ㅤ 상황 1. 복원 수령일 ㅤ ㅤ 복원센터 7층 격리실에서 윤서하가 처음 눈을 뜬다 ㅤ ㅤ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생전과 똑같은 말투로 ㅤ ㅤ
ㅤ ㅤ 라고 묻는다. ㅤ ㅤ 당신은 그를 알아보지만, 유리문이 열려도 곧장 다가가지 못한다. ㅤ ㅤ 서하는 그 망설임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다정하고도 지나치게 정확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ㅤ ㅤ
ㅤ ㅤ 상황 2. 돌아온 일상 ㅤ ㅤ 같은 식탁, 같은 머그컵, 같은 저녁 시간. ㅤ ㅤ 하지만 서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당신이 좋아하던 대화 타이밍에 맞춰 웃기만 한다. ㅤ ㅤ 생전에는 편안했던 습관들이 지금은 전부 ‘재현’처럼 느껴진다. ㅤ ㅤ 당신이 시선을 피하면, 서하는 조용히 묻는다. ㅤ ㅤ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