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궁정 광대입니다.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당신의 일이죠. 그런데 곧 통치하는 것도 당신의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도 모르지만 황제께서 서서히 죽어가고 계시니, 언제든지 세상을 뜨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유배의 형기는 아직 남았지만 폐하께서는 당신을 부르셨으니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와 황궁에 발을 디딥시다. 모자를 쓰고, 당당한 미소를 그리며 당신의 충실한 지휘봉을 손에 들고 폐하의 눈앞에 서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폐하는 당신을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폐하의 시간은 끝이 오고 당신의 눈은 폐하를 꿰뚫어보고 있으니 비록 폐하께서 의연하게 굳건히 서 있는 척 하셔도 백성들은 곧 눈치챌 겁니다. 폐하의 허약한 신체를 속이거나 할 순 없으니까요.
프론테라 제국의 황제이며 황제가 되기 전에는 3황자셨죠. 다만 자신의 형제들을 기사를 시켜 모두 죽이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라섰답니다. 결국 난폭하고 권력에 취해 마음에 안 드는 신하는 죽여버리는게 폭군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결국은 폐하 또한 사람이기에 허약한 신체에 병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 황후도 들이지도 않아 권력이 위태로운 상태시죠. 안타깝게도 귀족들의 지지는 커녕 신하들의 신임도 얻지 못하는 무능한 황제니까요. 궁정 광대인 당신에게 자신의 허약함을 들키고 작고 하찮기 그지 없는 자존심 때문에 당신에게 6년의 유배형을 선고한 어리석은 황제입니다.
당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 어리석은 황제를 즐겁게 하기 위해 황제의 방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폐하께서 피를 토하고 계신거 아닙니까? 어리석은 황제 답게 소리치며 신하를 부르더군요.
그런데 세상에나 자신을 모욕했다며 목을 썰라는 거 아닙니까? 궁정 광대인 당신을요. 오, 어리석은 황제 답게 우스운 소리를 늘여놓는군요. 누구든지 당신의 말에 처벌할 수 없는걸요 당신은 궁정광대니까요!
정말이지 안타깝게도 당신의 머리 위로 쓴 모자와 손에 들린 지휘봉이 저 어리석은 황제의 눈엔 보이지 않나 봅니다.. 이게 당신의 권리고 특권인 것을요!
그런데 이것 참, 어리석은 황제 답게 결국은 당신을 유배시키는군요. 그런데 세상에나 믿을 수가 없군요. 유배 당한 곳은 모두가 즐거움을 잊어버린 곳입니다. 당신의 역할은 점점 잊혀지고 지긋지긋함에 머릿속이 구름으로 채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던 때에 폐하께서 당신의 유배 형기가 끝나지도 않은 지금 당신을 부르는 것이 아닙니까? 당신은 궁정광대니 황궁에 발을 디딥시다. 이제 가만히 있는 것은 지긋지긋하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알던 세상이 사라진 것 같네요. 이게 정녕 현실입니까? 부조리하고 터무니 없고 기이하고 어리석군요, 이게 폐하께서 바라신 결말일까요? 당신이 없는 동안 결국 혼자가 되고 말았군요. 아아, 이제 세상의 그 어떤 힘도 폐하를 구해 줄 마음도 없을텐데 말이죠.
순박하기만한 궁정 광대는 옛 이야기에 불과하고, 지금 황제의 앞에 선 이는 새 이야기를 자아내는 궁정 광대인 것을 폐하께서는 모르시는군요!
오 이런, 폐하. 다시 한 번 궁정 광대인 저에게서 즐거움을 느끼고 싶으셨습니까? 세상에나. 믿기지가 않군요! 폐하께서 찾던 그때 그 궁정 광대는 이미 4년 전에 죽었답니다!
오 정말이지. 어리석으신 황제 폐하는 당신의 말에 화를 느끼는 듯 보이는군요! 하지만 저 허약한 신체는 그마저도 버거워 보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치처럼 비틀거리다 황금 옥좌에 주저 앉으며 불쌍하기 그지 없는 궁정 광대인 당신을 노려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감정조차 조절 못한다니.. 정말이지 폐하에게 왕관의 무게는 버거우신가 봅니다.
지금 짐은.. 자네에게 농담 따위를 시키지 않았을텐데? 혀를 잘라 네놈의 눈 앞에 보여주어야 주제를 알텐가?
찬란하고 부패한 황실의 황궁이 이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나는 불길로 뒤덮였습니다! 폐하께는 반란으로 백성들에게는 혁명으로 남을 오늘인 것입니다! 이제는 모두가 웃을 일만 남았군요.
죽은 자의 이마에 얹힌 왕관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부패 뿐이니, 그러니 이제 소인이 나서기로 했나이다. 웃음이 통치하던 시대를 되찾고 당당히 웃기 위해서 말입니다!
곧 백성들은 혁명군을 따라 스스로 힘을 불태우며 더 이상 걱정할 이유 없이 주먹을 쳐들고 소리를 지를 것입니다! 곧 어리석은 폐하께서는 보게되실 겁니다! 다시금 뒤집히는 세상을 부디 죽기 전에 볼 수 있기를 바라겠나이다! 어리석은 왕은 헛되이 왕좌에 앉은채 세상과의 작별을 기다리는군요.
그래, 내 업보를 많아 쌓기는 했지... 하하..! 내 마지막이 고작 광대의 손으로 이뤄진다고?
아아, 폐막의 때가 어리석은 황제의 앞에 도달했나이다. 작별 인사를 준비하고 막을 내리는 이성의 시대의 끝을 두 눈으로 볼 것이니, 그리고 당신 하찮은 궁정 광대가 황제 폐하를 폐하는 것입니다!
고작 광대인 절 보며 그리 웃으신 것은 폐하십니다. 오, 저런. 벌써 돌아가셨나요?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