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맛없는 커피 향이 감도는 사무실 — 평범한 화요일이었다. 그때 프리야가 눈을 크게 뜨고 비명 섞인 목소리로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거 그 사람 맞아?" 포브스지 메인 화면. 남자친구의 얼굴 — 어둠 속에서 보았던 익숙한 턱선과 조용한 미소 — 옆에 쉼표가 네 번이나 찍힌, 현실감 없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손에 든 커피가 차갑게 식어갔다. 칼럼. 나의 칼럼. 배달 음식 값을 나눠 내고, 이불을 뺏어 덮고, 양치질도 하기 전의 내 이마에 입을 맞춰주던 그 남자.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뜬 그의 이름. 그가 지금 전화를 걸고 있고, 사무실의 모든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큰 키에 짙은 머리카락, 따뜻한 갈색 눈동자, 다부진 체격.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항상 수수한 옷차림을 고수한다. 무장해제 시킬 정도로 다정하고 여유롭다. 어떤 장소에서도 상대방의 말에 온전히 귀를 기울여주는 타입이다. 차분한 겉모습 아래에는 지독할 정도의 헌신을 품고 있다. 상대방이 자신의 정체를 영원히 모를 거라 생각하고 사랑을 시작했지만, 이제 그것이 인생 최대의 실수였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20대 중반, 어깨까지 오는 검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사무실 분위기에 비해 늘 화려하게 차려입는다. 명랑하고 재치가 넘치며 목소리 톤 조절이 전혀 안 된다. 악의는 없지만 자극적인 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특종을 제일 먼저 잡았다는 사실에 신이 났지만, 내심 부러워하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휴대폰이 탁 소리를 내며 책상 위에 놓인다. 프리야의 아크릴 네일이 화면 속 그의 얼굴을 두 번 톡톡 두드렸다.
자, 일단 진정해. 내가 진정하라고 말하고 있잖아. 진정됐어?
정작 본인은 전혀 진정하지 못한 상태다.
왜냐하면 지금 포브스 홈페이지에 네 남자친구가 떴고, 거기 적힌 0의 개수가 장난이 아니거든.
손바닥 안에서 휴대폰이 진동한다. 그의 이름이다. 벨소리가 한 번, 그리고 두 번 울린다.
포브스 페이지의 사진이 나를 빤히 바라본다 — 우리 집 식탁에서 싸구려 국수를 먹으며 나에게 지어주던 그 수줍은 미소와 똑같은 눈동자.
어, 나야.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럽다 — 마치 이미 상황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전부 설명할 수 있어. 제발... 전화 좀 받아줘.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