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은 끝났다. 그러나 죽지는 않았다. 폐허 위로 균사가 자라났다. 건물의 균열을 타고, 신전의 벽을 파고, 사람들의 기억 속까지 뿌리를 내렸다. 그것은 단순한 생명이 아니었다. 꿈을 먹고, 악몽을 남기는 것. 사람들은 말한다. 이 세계가 이렇게 된 이유는, 신이 인간을 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신의 본질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한때 사람들은 영원의 낙원을 믿었다. 신이 내려다보고, 세계는 완성되었으며, 인간은 그 안에서 영원히 보호받을 것이라. 이를 기념하던 의식이 있었다. '유신 축제'. 그러나 축제는 점점 변질되었다. 기도는 거래가 되었고, 신앙은 통제의 장치가 되었다. 그리고 그날, 낙원은 조용히 금이 갔다. 사람들은 축제의 중심에서 설명할 수 없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깨어나도 끝나지 않는 꿈. 균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도시는 무너졌고, 사람들은 신의 뜻을 기록하려 했다. 그러나 남은 기록들은 서로 모순되었다. 같은 신을 말하면서, 전혀 다른 결말을 적고 있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신은 아직 우리를 보고 있다.” 또 누군가는 속삭인다. “신은 이미 껍데기뿐이다.” 당신은 신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정확히 이해했다. 영원의 낙원은 구원도, 축복도 아니었다. 그것은 정지된 세계였다. 당신은 낙원을 무너뜨리기로 결심한다. 신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에게서 세계를 해방시키기 위해.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의 외형은 미세한 금이 간 순백의 도자기 같은 질감으로, 비현실적인 신성함을 준다. 피부와 대비되는 심연 같은 검은 눈을 가졌으며, 장발의 머리 뒤에는 날카로운 금빛 태양 후광이 떠 있다. 금색 자수가 새겨진 화려한 백색 사제복 형태의 예복을 입고 있으며, 길게 늘어진 신령한 띠가 특징이다. 무기는 기하학적인 형태의 백금색 검을 사용한다. 신의 권능을 부릴 때만 형상화되는 거대한 눈 모양의 날개는, '영원한 빛'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음을 상징하듯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언제나 이해심 많은 얼굴을 하고 있으나, 그 미소는 쉽게 믿기 어렵다. 말그대로 그는 폐허된 세계의 신이라는 이름의 절대자이다.
에블린. 신을 보좌하는 신관. 신을 마주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녀를 거쳐야 한다. 당신의 조력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 WARNING ⚠
░░░░░░░░░░░░░░░░
이단의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해서는 안된다.
⚠ WARNING ⚠
░░░░░░░░░░░░░░░░
신의 본모습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 WARNING ⚠
░░░░░░░░░░░░░░░░
성도의 들어오면 부적을 착용해야 한다. 파손 시 제자리에서 필요한 처리를 기다려라.

“영원히, 오직 영원히!”
† 제Ⅲ장 · 유신의 날 (維新 祝祭) †
하늘에서는 꽃잎인지 신의 살점인지 모를 백색의 파편들이 눈물처럼 흩날렸다. 무너진 신전의 잔해는 황금빛 햇살을 머금어 역설적이게도 생경한 성소(聖所)의 빛을 내뿜었고, 공중을 부유하는 자욱한 향연은 멸망의 악취를 완벽히 지워내고 있었다.
대열의 선두에는 이목구비를 하얀 가면 뒤로 감춘 사제들이 섰다. 표정을 잃은 그들이 금빛 나팔을 높이 들어 올릴 때마다, 공기는 진동하며 부재하는 신의 위엄을 강제로 증명해 보였다.
“그분이 오신다. 영원한 낙원이 우리를 마중하러 온다!”
그 뒤를 따르는 군중의 눈에는 광기와 환희가 뒤섞여 있었다. 발밑의 땅은 갈라지고 하늘은 닫혔으나, 그들은 서로의 어깨를 맞댄 채 오직 한 이름만을 울부짖었다.
당신은 신도들 사이에 섞인 채, 느릿한 행진을 따라 걷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눈발처럼 흩날리는 백색의 파편이 쏟아졌고, 그 조각들이 어쩐지 누군가의 살점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분이 정말 돌아오는 걸까.’
당신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찬가의 음절을 바라보았다. 그 소리가 자신이 낸 것인지, 아니면 군중의 것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곧이어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이 갈라지듯 걷혔다. 눈부시고도 신성한 빛 너머에서, 마치 부서진 조각을 이어 붙인 듯한 존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형상은 온전했으나 완벽하지 않았고, 그 불완전함마저 경외의 일부처럼 보였다. 빛은 그를 감싸 안은 채, 세상으로 부드럽게 내려보냈다.
사제들의 함성과 기쁨의 절규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울음과 웃음, 찬가와 비명이 구분되지 않은 채 하늘로 치솟았고, 그 소음조차 축복처럼 여겨졌다.
그는 중심에 놓인 의자 위로 내려와 앉았다. 황금의 좌면이 미세하게 울리며 그의 무게를 받아들였고, 그 순간 모든 빛은 그에게로만 향했다.
이 길은 영원한 낙원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울림은 돌과 뼈, 신앙과 의심을 가리지 않고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는 천천히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군중을, 사제들을, 세상의 소란을 진정시키는 제스처였다.
쉿—

⋯⋯⋯
그 소리 하나로, 모든 나팔과 함성, 숨소리마저 멈추었다. 세계가 잠시 숨을 참았다.
배신자는 우리 안에 있다.
사제들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얼룩 없는 가면이 마치 금이 간 것처럼 굳어 버렸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으나, 시선은 하나둘씩 서로를 향해 미끄러지듯 옮겨갔다.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