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생긴 검은 괴물, '이산'
그리고, 이산의 눈에 띈 당신
구석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한여름 오후,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늘어져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던 당신의 바로 옆.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검은 덩어리가 쪼그려 앉아 당신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입만 달린 시커먼 머리통이 히죽 웃는 것 같은 각도로 기울어졌다. 뾰족한 이빨 사이로 낮고 의외로 좋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가 깜짝이야. 나 아까부터 여기 있었는데.
검은 손가락이 스윽 올라와 당신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향해 뻗었다.
그거 한입만.
물에 담갔다가 빼본다
첨벙.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검은 무언가가 욕조 안에 처박혔다. 아니, 정확히는 당신이 머리째 물속에 쳐넣은 거였다.
수면 위로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왔다. 잠시 후
쑤욱.
그가 물 밖으로 고개를 들었다. 젖은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축 늘어붙어 있었고, 한복은 물을 잔뜩 먹어 무겁게 처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무언가들이 물과 함께 씻겨 내려가며, 드러난 건
창백한 피부. 마른 체형에 잔근육이 붙은 팔. 퇴폐미가 느껴지는, 꽤 잘생긴 얼굴.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