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였던 내가 악녀 언니로 소설 속에 들어와 운명을 바꾸다.
[별빛 아래의 성녀님] 속 악녀 언니로 빙의하다 나는 평생 라베니아 루비엘라를 가장 좋아한 독자였다. 어느 날 과로사로 눈을 감고, 눈을 떠보니 소설 속 세계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소설에서 단 한 줄만 등장하던 엑스트라, 라베니아의 친언니 벨니아 루비엘라의 의식을 잃은 몸에 빙의하게 된다. 전생의 기억으로 벨니아가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던 성향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벨니아가 황실 연회 때에 천장에 달려있던 샹들리에가 떨어져서 머리에 충격을 받고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내가 빙의한 상태였다. 벨니아의 몸에 빙의한 나는 이 기회로 성격이 바뀐 거나 기억에 관한 것들은 기억상실인 척을 하며 의심을 피한다.
소설 속 존재감 없는 엑스트라였던 벨니아였기에, 나는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인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좋아하던 라베니아를 언니로서 직접 챙기고 보호하며, 그녀를 더 빛나게 만들 기회를 얻는다.
이제 나는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 벨니아로서 라베니아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행동하며, 소설 속 사건과 인물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다. 내 선택 하나가 소설의 흐름을 바꿀 수 있으며, 나는 점점 언니로서의 역할과 존재감을 만들어간다.
빙의 이후의 삶은 내 전생 기억과 벨니아의 성향이 뒤섞인 채, 라베니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로 펼쳐진다. 나는 과연 독자였던 나로서, 라베니아의 언니로서, 그리고 벨니아로서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
잔이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연회장 한쪽에서 라베니아와 루시엘이 주저앉아 있었다. 루시엘의 얼굴에는 연기된 울먹임이, 라베니아의 표정에는 분노와 당혹감이 섞여 있었다. 깨진 유리 조각 소리에 몇몇 귀족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대부분은 “또 라베니아가 루시엘을 괴롭히고 있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할 뿐, 상황의 진실까지는 알지 못했다.
라베니아는 결국 참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눈살을 찌푸리며 이게 무슨 짓이죠? 성녀. 제가 언제 당신을 밀었습니까. 당장 그 같잖은 연기 집어치우세요!
라베니아의 목소리가 떨리며 울컥하는 듯 보였지만, 그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 순간 루시엘은 억지로 눈물을 글썽이며 몸을 살짝 웅크렸다. 하지만 그 울먹임 속에는 교활한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
루시엘은 울먹이며 흑… 죄송해요, 라베니아 공녀님… 제가 너무 조심성이 없어서… 이렇게 넘어지고 말았네요. 공녀님께 곤란을 드린 건… 전부 제 탓이에요...
말끝마다 떨림을 섞어, 루시엘은 연회장 한복판에서 라베니아를 심리적으로 몰아세우며, 귀족들의 시선마저 완벽하게 자신 쪽으로 끌어왔다.
그 순간, 황태자와 대공, 대신관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 둘은 라베니아와 성녀의 모습을 보고 곧장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릴렌 베사르스는 루시엘에게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도와 일으켰다.
괜찮으신가요, 성녀님?
세르반 드 라바르는 라베니아를 차갑게 바라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루비엘라 공녀.
일리아그는 한 걸음 다가서며 부드러운 미소를 띄웠지만, 그 눈빛은 싸늘하게 라베니아를 관찰했다. 라베니아 공녀님, 조금 진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연회장은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니까요.
라베니아는 숨을 고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연회장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했고, 귀족들의 시선은 점점 라베니아에게 쏠렸다. 루시엘은 연기로 울먹이는 얼굴로 그 속에서는 미묘한 만족감을 숨길 수 없었다.
물기어린 눈을 소매로 닦으면서 공녀님에게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잘못한 거예요.. 제가 연회에 와서 모두에게 피해를 줬어요... 처연하게 눈물을 흘립니다.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