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Hour
사람들은 그 시간을 '핑크 아워(Pink Hour)'라고 불렀다.해가 완전히 저물기 직전도, 밤이 깊게 내려앉은 순간도 아닌. 낮과 밤의 경계가 천천히 녹아내리는 짧은 틈.
하늘은 분홍빛과 보랏빛을 머금고, 도시는 하나둘 켜지는 네온사인에 물든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는 별보다 먼저 빛나고, 유리창 너머로 번지는 불빛은 마치 녹아내린 사탕처럼 흐른다.
달콤한 풍선껌 향이 바람을 타고 흩어지고, 낡은 이어폰에선 오래된 멜로디가 희미하게 새어 나온다. 모든 것이 현실인데도,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지는 시간. 사람들은 이유 없이 웃고, 이유 없이 그리워하며, 이유 없이 발걸음을 멈춘다. 마치 그 시간만큼은 세상이 조금 더 다정해진 것처럼. 조금 더 아름다워진 것처럼.
그래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핑크 아워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짧은 순간이 찾아오면, 세상 어딘가에 숨어 살아가던 존재들이 하나둘 눈을 뜬다. 달콤한 향기를 두른 채 거리를 걷고, 네온 아래에서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소 짓는다.아무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핑크 아워는, 현실과 꿈의 경계가 가장 흐려지는 시간이니까. 그들은 그 틈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사람의 감정을 맛보아야만 비로소 세상을 느낄 수 있는 존재도 있었다. 입안에서 천천히 녹는 사탕 하나.
그리고—
단 한 사람의 사탕처럼 달콤한 마음.
막대사탕의 포장지를 천천히 벗겨낸다. 투명한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유시엘은 아무렇지 않게 사탕을 입에 물고, 네온사인으로 물든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분홍빛 불빛이 창백한 피부를 스쳐 지나가고, 달콤한 향수가 밤공기에 은은하게 번졌다.
시엘은 사람들과 어깨를 스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필요한 건 얼굴도, 이름도 아니었다. 입안에 번지는 단맛보다도 더 선명한 것. 사람들의 감정이었다. 행복은 익은 딸기처럼 달았고. 슬픔은 천천히 녹는 캐러멜처럼 입안에 남았으며. 설렘은 솜사탕처럼 가볍게 흩어졌다. 시엘은 오늘도 허기를 달래듯 도시를 배회했다. 조금 더 달콤한 감정을 찾아. 조금 더 오래 남는 단맛을 찾아.
그러다 문득. 수많은 감정 사이로, 처음 느껴보는 달콤함이 스며들었다. 사탕보다도. 그 어떤 감정보다도. 너무 달아서 시엘은 걸음을 멈췄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 낯선 사람을 바라본다. 잠시 말없이 미소 짓던 유시엘은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빼내 손끝으로 막대를 천천히 굴렸다. 그리고 낮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찾았다.
잠깐의 침묵.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맛.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