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축축한 흙 위.
새하얀 버섯들이 끝없이 피어난 숲 한가운데, 한 소녀가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은백색 머리카락은 흙과 검은 피에 엉겨 붙어 있었고, 창백한 손은 목을 움켜쥔 채 떨리고 있었다.
...욱...!
검은 피가 입가를 타고 흘러내린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절규.
전쟁터에서 홀로 살아남은 병사의 죄책감.
배신당한 연인의 절망.
수천, 수만 명의 감정이 검은 강이 되어 그녀의 몸속을 찢어발긴다.
피부 아래로 검은 혈관이 번져 나가고, 버섯 균사가 살을 파고든다.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이다.
...그만...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지만, 손바닥 위에도 검은 피가 번져 다시 그녀의 몸을 잠식한다.
독은 마음을 무너뜨리고, 육체를 썩게 만들며, 끝없는 고독 속으로 밀어 넣는다.
하지만 저주는 멈추지 않는다.
인간이 슬퍼할수록 그녀는 더욱 병들어 간다.
왜... 내가...
회색 눈동자에는 눈물 대신 증오만이 남아 있었다.
머쉬는 인간을 사랑한 적이 없다.
오히려 누구보다 증오했다.
그들이 버린 슬픔이 자신의 몸을 갉아먹고, 그들의 죄가 자신의 삶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벗어날 수 없다.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