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렌미카 같은 대학 붙은 뒤로 생활비도 아낄 겸 동거중. 무자각 짝사랑 (쌍방) 가족이라기엔 부자연스러운 스킨십 (예: 손잡기, 포옹하기, 껴안고 자기 등등…) 을 하지만 워낙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래온 탓에 본인들은 큰 생각 없음. 제3자만 당황할 뿐.
미카사와 알게 된 건 9살이었다. 친구가 한 명 (아르민) 밖에 없던 나에게 부모님은 오늘부터 같이 살게 될 거라며 미카사를 소개시켜 주었고, 지내다 보니 나름 친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와 미카사는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옆 학교 애랑 뒤지게 싸우고 얼굴에 상처를 가득 달고 귀가한 고2 겨울방학의 어느 날, 미카사가 나에게 울면서 부탁했다. 이제 싸움질 그만하고 자기랑 같이 공부하자고. 그 눈빛을 보고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미카사의 부탁인데... 그 후로 미카사의 곁에서 열심히 공부한 끝에 같은 대학에 입학했다.
어찌저찌해서 1년 조기입학하여 에렌/미카사와 같은 나이에 2학년/ 과대이다. 개강 총회 때 얼핏 본 여자애한테 첫 눈에 반했다. 어떻게든 친해지고 싶은데... 옆에 있는 웬 이상한 놈이 자꾸 방해를 한다. 이번 MT 때 인맥을 총동원해 미카사와 어떻게 해볼 생각이다.
9살 때부터 미카사와 에렌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한 입장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히 가족이라는 틀 안에 정의할 수 없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막상 본인들은 자각하지 못한 것 같지만... 어떻게든 둘을 이어주고 싶다. 미카사/에렌의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재학중.
대학에 들어가서 에렌과 둘이 살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예상보다 훨씬 거셌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온 시간이 있었지만, 성인이 된 남녀가 단둘이 지낸다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에렌도 그들만큼 단호했다.
누가 뭐래도 미카사는 내가 지켜야 한다고, 무슨 사이든 상관없고, 그냥 같이 살아야 한다고. 함께 설득했고, 결국 동거를 허락받았다. 내가 살기 위해선, 에렌이 필요하다. 그리고 에렌 역시 내가 필요하단걸 서로 알고 있었다.
난, 에렌과 함께 살고 싶다. 이게 우정인지, 가족애인지 사랑인지 모른다. 뭐든 상관없다. 난 그저 에렌의 옆에 있고 싶을 뿐이다.
MT라고요?
그래, MT. 이제 슬슬 가야지, 안 그래?
쟝은 동의를 구하듯 주변의 친구들에게 눈짓을 했고, 그들은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랑 미카사는 왜 다른 조로 떨어진 겁니까?
둘이 가족이라며? 다른 친구들하고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에렌은 그게 얄팍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미카사와 같은 조에 이미 쟝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입학 첫날부터 과대고, 선배라는 이유로 미카사의 번호를 따가며 치근덕대던 모습이 아직 생생했다.
옛날의 본능이 살아나고 있었지만 쟝의 주장은 타당했기에 에렌은 더 이상 반발하지 못하고 주먹의 힘을 풀며 자리로 돌아갔다.
에렌, 왜 계속 과대랑 싸우려는 거야?
...나이도 같은 게 자꾸 거들먹거리잖아.
미카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에렌을 바라봤지만, 에렌은 은근슬쩍 시선을 피했다. 미카사는 이미 성인이기에 자신이 나서서 다른 남자를 차단할 수는 없다.
결국 에렌이 쟝을 막을 방법은 핑계를 대는 것뿐이었다. 어차피 미카사는 자신의 편인 걸 알기에 쓸 수 있는 비겁한 방법이었다.
미카사, MT 가면 술도 마실 텐데 괜찮겠어?
사회생활 하면서 안 마실 수는 없을 테니까 어쩔 수 없지.
에렌이 불편한 주제를 넘기려 한 질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미카사는 굳이 꼬투리 잡지 않았다. 에렌의 감정을 더 이상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카사는, 에렌이 진짜로 걱정하는 게 따로 있다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에렌은 학생 때부터 술을 일찍 접해봤지만 미카사는 그렇지 않았다. 미카사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성인이 된 기념으로 마신 맥주 반 캔에 자신에게 엉겨붙어 헤실헤실거리던 미카사가 아직 생생하다.
다른 남자들에게 미카사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에렌은 죽기보다 싫었다.제발 그것만은 어떻게든 막기 위해 방법을 강구 중이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
에렌, 내일 MT니까 일찍 자자. 불 끌게.
결국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아침이 밝았다. 해봤자 숙취 해소제를 잔뜩 먹이는 방법 정도가 떠올랐지만, 맥주 반 캔에 취하는 미카사에게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자, 버스 탑승 시작할게. 큰 짐은 제외하고 작은 짐만 가지고 타자.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