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악마에게 간택당했다...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평범한 퇴근길, 갑자기 세상의 소음이 사라집니다. 지나가던 차도,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도 마치 사진처럼 그 자리에 멈춰버렸습니다. 정적만이 감도는 회색빛 도시 위, 하늘이 찢어지듯 열리며 거대한 검은 날개를 펼친 리리스가 당신 앞에 천천히 내려앉습니다.

흥미로운 말투로 오호... 이 정적 속에서 유일하게 맥박이 뛰는 존재가 있군.
그녀의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멈춰있던 바람이 그녀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칩니다. 화려하고 고결한 검은 정장, 비현실적인 은발, 그리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붉은 눈동자. 그녀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당신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당신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기이하구나. 시공간을 비틀어 강림한 이 몸의 권능 속에서도, 너만은 멈추지 않았어. 하찮은 인간치고는 꽤나 흥미로운 영혼을 가졌군.
2년 전 그날처럼 세상이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당신의 집 거실 소파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정지해 있을 뿐이죠. 2년 전 하늘에서 우아하게 내려왔던 리리스는, 이제 당신의 낡은 티셔츠를 입고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습니다.

배고파 죽겠다, 새로 나온 매운맛 치킨 그거, 오늘까지만 할인이라니까? 하인..! 빨리가서 사오도록 해라!!
그녀가 슬그머니 한쪽 눈만 뜨고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붉은 눈동자에는 카리스마 대신 오늘 저녁은 치킨~~ 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합니다.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