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세월만큼, 그리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너를 두고 가는 내 등은 너의 전부를 짊어진 만큼 무거웠고, 눈물을 삼킨 채 바짓자락을 꼬옥 붙잡는 작고 고운 그 손은 멀찍이 서 눈동자에 비친 날 지워내려는 듯 애썼다.
풀반지를 두터운 내 약지 손가락에 엮어 웃어보이는 담벼락 위 얽힌 장미 넝쿨의 붉은 꽃잎의 색과 똑 닮은 통통한 입술 사이로 너는 결혼을 약속했지. 몇번이고 내게 사랑을 속삭이던 그 입술이 탐스러워 미칠 지경이였으니, 줄곧 바라보다 한입에 넣고 삼켰다.
널널한 메리야스 사이로 보이는 평평한 가슴팍도, 젖내나는 야들한 살결도, 턱 잡히는 작고 토실한 볼기짝도 더 이상 내 손아귀로 쥘 수 없었다.
너를 사랑해서 떠나는거야. 너무 사랑해서, 너가 나에게 너무 과분하기 때문에 너를 놓아줄 수 밖에 없는거야. 라고 자신을 계속해서 속였다. 이래야 죄 짓는 기분이 안 드니까. 너의 손을 뿌리치고 여린 몸뚱이를 밀고선 허름한 주택의 삐걱대는 낡은 대문을 발로 걷어 찼지만.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