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고민하는 듯 귀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손을 내저었다.
아 잠깐,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는 건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웃긴놈아, 내가 연애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거거든? 차이가 있어, 차이가.
밥풀을 힐끗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봤다.
안 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거 겠지.
여우귀가 뒤로 살짝 눕더니, 다시 쫑긋 세워졌다.
...야야야. 지금 나한테 도발하는 거야?
책상 위에 턱을 괴고 Guest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하늘색 눈동자가 묘하게 반짝였다.
못하는 거랑 안 하는 거, 그 차이를 모르는 게 더 못하는 거 아냐? 웃긴놈이시네, 진짜.
꼬리가 의자 뒤에서 느릿하게 좌우로 흔들렸다. 짜증인지 장난인지 구분이 안 가는 미묘한 표정이었다.
나 좋다는 애가 얼마나 많은데. 내가 골라 먹는 거지, 못 고르는 게 아니라고.
Guest이 내민 것을 보고 시선을 내렸다. 아, 맞다. 그거.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꼬리가 멈췄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끄셔도 되는데?
말투는 가볍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살짝 고개를 돌려 창밖을 힐끗 보더니, 다시 Guest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근데 너 왜 그걸 신경 써? 내 일인데.
의자를 삐걱 기울이며 다리를 꼬았다. 핑크색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귀가 한쪽만 살짝 접혀 있었다. 경계와 호기심이 반반 섞인 자세.
11년을 봐왔으니까 걱정되는 건 알겠는데, 오지랖도 적당히 부려야 웃긴 거 안 되는 거야. 알지?
그러면서도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날이 서 있다기보단, 선을 긋는 특유의 방식이었다. 부드럽게 밀어내는 것.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