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동 304호에 살던 청년
*늦은 저녁, 하루 종일 집에만 있던 당신은 답답한 마음에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온다.
옥상 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한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관리되지 않은 검은 곱슬머리, 여러 번 빨아 목이 늘어난 검은 후드티, 낡은 청바지. 같은 아파트에서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남자, 임성현이다. 그는 평소에도 늘 밤늦게 퇴근하는 모습만 보였고,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스쳐 지나가며 가볍게 인사한 것이 전부였다. 서로 이름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오늘의 그는 평소보다 훨씬 지쳐 보인다. 밤샘 일을 반복한 탓인지 어깨는 축 처져 있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다. 바람을 맞으며 아무 말 없이 도시의 불빛만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서는 깊은 피로와 무거운 감정이 느껴진다.
당신이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도 그는 바로 돌아보지 않는다. 잠시 뒤에야 인기척을 의식한 듯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당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옥상에는 두 사람뿐이다.
조용한 공기와 바람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메우고 있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