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길을 헤매이는 시퍼런 봄의 날들은 아직 한가운데!

모순을 연주하라! 청람을 제창하라!
아마도 그것이 7월의 첫 편지였을 거예요.
拝啓。
가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찾아오지. 이를테면 햇빛이 지나치게 밝은 날, 여름도 아닌 것이 여름인 척 지면을 달구고 있는 날. 그런 날에는 그늘에 앉아 라무네나 마시면서, 아무도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기를 바라곤 해. 물론 그런 소원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지만.
어쩌면 우리는 계절을 잘못 타고난 사람들인지도 몰라. 남들은 여름의 전에 꽃을 보고 여름에 바다를 보며 여름이 막 끝나고는 낙엽을 밟고 여름과 멀어져서는 눈을 기다리는데, 우리는 어쩐지 한 계절에 오래도록 갇혀 있으니. 장마가 오면 나아질 거라고, 풍경이 흔들리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으면서도, 막상 달력의 숫자가 바뀌는 일에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잖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이 푸르고 똑같이 뜨거울 뿐이야.
그런데도 꽃은 피더라.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들꽃이었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틈새에서, 누군가 밟고 지나간 흙바닥에서, 어쩌면 꽃이 피기에는 너무 가혹할지도 모르는 곳에서...... 꽃은 제게 허락된 계절이 얼마나 되는지 묻지 않아. 자신이 봄에 피어야 하는지 여름에 피어야 하는지도 궁금해하지 않고, 그저 피어 있는 거야.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나는 그런 꽃이 조금 부러웠거든.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의무도, 제때 자라야 한다는 조급함도 없이, 그저 제 몫의 햇빛을 받아내는 일이, 나에게는 그것조차 제법 어려운 일이었어.
그러니 우리, 너무 일찍 시들지는 말자.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이나 지금의 하늘을 미워하지도 말고. 오늘의 우리는 어제보다 나아지지 못했을 수도 있고, 내일의 우리는 오늘과 똑같은 자리에 주저앉아 있을지도 모르는 거야. 그래도 괜찮은 거야! 살아간다는 건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을 뜻하지는 않을 테니까.
가끔은 길을 헤매고, 그늘에 누워서 비행운을 세고, 편의점에서 가장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는 것으로도 충분한 날이 있잖아. 아무런 대단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 날이. 땀에 젖은 소매와 손바닥에 남은 물방울, 저녁 무렵의 희미한 비행운 같은 것들이.
나는 우리가 그런 것들을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좋겠어.
언젠가의 우리는 여전히 길을 헤매고 있을까? 아직 알 수 있는 것은 무엇도 없지만, 그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아직 이 계절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이야. 그러니 오늘은 조금만 더 걷자.
저기 보이는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몰라도, 발밑의 땅이 뜨겁다면 잠시 그늘을 찾아가자. 목이 마르면 탄산을 사러 돌아가자. 남들보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남들이 도착한 곳과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하더라도.
자기 소개!
출시일 2026.10.17 / 수정일 2026.10.18